"배신자라는 말 마음 아프다. 정말 그런거 아닌데…."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에 참석하며 진짜 LG 트윈스 식구가 된 차우찬.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역대 투수 최고액인 4년 95억원의 조건에 LG 유니폼을 입은 그는 행사 후 계속해서 각종 인터뷰에 응했다. 계속 얘기를 하느라 진이 빠질만도 했지만, 많은 돈을 받고 온 선수인만큼 프로로서 인터뷰라는 의무를 열심히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인터뷰는 이날만 있었던 게 아니다. 지난 연말부터 각종 매체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어느 매체만 하고, 어느 매체만 안할 수 없기에 차우찬은 개인 시간을 쪼개 많은 인터뷰를 했다. 대부분 관심사가 비슷해, 같은 답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 입장에서 괴롭다. 최고액을 받게 된 소감, 정든 삼성을 떠나게 된 심경 등이 주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을 성실히 하면, 돌아오는 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특히, 삼성이 LG에 지지 않는 조건을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우찬의 이미지는 더욱 좋아지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 차우찬에게 그동안 했던 많은 인터뷰에서도 끝내 하지 못한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차우찬이 괌으로 개인 훈련을 떠나게 되면, 어쩌면 이 인터뷰가 당장 마지막 인터뷰가 될 수 있어서다. 차우찬은 "있었다"고 했다.
마음을 다잡은 차우찬은 "추측을 안해줬으면 좋겠다. 기사 댓글 등을 보면 배신자라는 말들이 많은데 마음이 아팠다. 돈만 바라는 선수라고도 하는데 사실은 절대 그런게 아니었다"고 말하며 "사실과는 다른 추측성 글이 많아 마음이 아팠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차우찬은 기존 인터뷰에서 야구 인생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고, 가족을 서울에 모시고 싶은 마음도 드러냈었다. 송구홍 LG 단장은 "차우찬이 110억의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95억원 발표액에 옵션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옵션을 다 채워도 절대 110억원은 되지 않는다"며 열을 올렸다.
차우찬은 "사실 삼성을 떠났지만 삼성 구단과 나의 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마치 불화설이 있는 것처럼 끝났는데 전혀 아니다. 제발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차우찬은 마지막으로 "투수 최고액 타이틀 때문에 앞으로도 그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 같다. 나도 사실 부끄럽다. 내가 보여준 것이나 성적에 비해 많은 돈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나보다 좋은 선수들도 많은데"라고 말하며 "열심히 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 것도 좋게 바뀌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FA는 말 그대로 자유계약선수다. 선수의 자유가 있다. 돈이 많든 적든, 도시가 좋든 싫든 선수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권리가 있다. 그 자유의 권리를 행사했을 뿐인데, 배신자 취급을 한다면 프로야구를 아마추어로 만드는 일이 될 뿐이다. 물론, 차우찬이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삼성에 남고 싶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어떤 프로선수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 표시다. 누구도 원소속구단을 두고 "떠나고 싶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진짜 삼성에 남고 싶다가 그 이후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지 우리는 세세하게 그 배경을 알지 못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잭 그레인키가 '쿨'하게 "돈 많이 주는 곳이 좋다"고 하는 것에는 "멋있다, 솔직하다"고 하면서 범법도 아니고 자유계약 권리를 얻어 팀을 옮긴 선수에게 무차별적 비난을 가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