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의 가장 큰 임무는 '골을 먹지 않는 것'이다.
성남의 골키퍼 김동준(23)에게 이 당연한 진리는 더욱 간절하다. 'K리그 최다 우승팀' 에 빛나는 성남은 지난 시즌 강등의 쓴 맛을 봤다. 김동준은 이 모든 재앙이 마치 자기 책임인 듯 느끼고 있다. 그는 "지난 해를 보내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 '골을 먹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만약 내가 한골이라도 더 막았더라면 강등이 되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지난 시즌은 김동준에게 아픔이었다. 김동준은 '초대형 루키'로 불리며 K리그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초반 페이스는 좋았다. 가장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꼽혔다. 2016년 리우올림픽 메달도 노렸다. 하지만 결국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팀은 강등됐고, 영플레이어상은 제주의 안현범에게 뺏겼다. 리우올림픽에서는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다. 김동준은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기에 아쉬운 시즌이다. 목표로 한 것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아프면서 큰다고 했던가. 상처 뿐인 시즌이지만 김동준은 한뼘 더 자랐다. 그는 "나도 모르게 경험이 쌓인 것 같다. K리그는 확실히 다르더라. 하지만 올해 동계훈련을 하면서 '나도 이제 적응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 K리그에 들어왔을때 초심을 잃지 않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하지만 강등에 대한 아쉬움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아직도 '우리가 진짜 강등됐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씁쓸한 겨울이지만 동기부여는 더 잘됐다. 동계훈련 마무리를 잘해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했다. 다행히 박경훈 신임 감독과 궁합이 좋다. 김동준은 "감독님의 철학이나 스타일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타일이다. 감독님 밑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웃었다.
당연히 다음 시즌 목표는 승격이다. 개인적인 계획은 뒤로 돌렸다. 사실 김동준은 올 겨울이적시장의 숨겨진 대어였다. 골키퍼 대란을 겪고 있는 K리그 클래식 유수의 팀들이 김동준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김동준은 꿈쩍하지 않았다. 생각은 오로지 승격 뿐이다. 그는 "관심은 고맙지만 내가 있을때 강등됐으니까 내가 올려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골을 안먹어야 한다. 1점 미만의 방어율을 기록하는게 개인적인 목표"라고 했다. 그래서 더 많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동준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