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선발 요원들이 순조로운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장원준에 이어 양현종과 우규민도 첫 실전 등판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대표팀은 22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DeNA베이스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2대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타선이 침묵하는 바람에 무릎을 꿇었을 뿐 투수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피칭을 뽐냈다. 특히 선발 요원인 양현종과 우규민이 2이닝씩 던지며 첫 실전 등판서 성과와 과제를 모두 확인했다.
우선 양현종은 2이닝 동안 안타 4개를 얻어맞고 1실점했다. 아직은 컨트롤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높은 공이 더러 눈에 띄었다. 1회에만 안타 3개를 집중적으로 허용했다. 아무래도 첫 경기, 첫 이닝이라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현종은 선취점을 내준 뒤 맞은 1사 1,2루의 위기에서 요코하마 중심타자들인 아우디 시리아코와 미야자키 도시로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2회에도 첫 타자 구라모토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모조리 범타로 돌려세웠다. 양현종은 31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 구속은 최고 145㎞를 찍었다.
경기 후 양현종은 "전체적으로 공이 높았다. 경기이다보니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직구가 제대로 안들어가 양의지형이 리드하는 데 머리가 아팠을 것"이라며 제구력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대회 공인구(롤링스) 적응도 더 해야할 것 같다. 공에 대한 확신이 없어 확실히 채지 못했다. 그래서 제구가 높았던 영향도 있다"며 공인구 적응 문제도 언급했다. 그러나 첫 등판치고 안정감은 크게 떨어지지는 않은 투구였다.
양현종에 이어 등판한 우규민은 3~4회, 2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3회는 삼자범퇴로 마쳤고, 4회에는 1사후 연속안타를 허용한 뒤 두 타자를 모두 땅볼로 처리했다. 우규민 역시 첫 실전 등판을 마치고 제구력과 공인구 적응을 과제로 꼽았다. 그는 "처음 치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잘 들어갔지만, 아직은 제구력이 만족스럽지 않다. 로케이션 문제인데 공인구에 대한 감각이 믿음이 아직은 없다"고 했다. 이번 WBC 공인구는 실밥이 덜 도드라져 있고, 표면이 다소 미끄러운 편이다. 우규민은 "공이 미끄러워 빠지면 어떡하나, 밀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지난 19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3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진 장원준도 공인구를 언급한 바 있다.
두 투수 모두 과제를 확실하게 느낀 만큼 남은 연습 기간 동안 컨디션을 더욱 순조롭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23일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다. 24일부터 1라운드가 열리는 고척돔에서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며 5차례의 연습경기도 치른다. 양현종은 일찌감치 1선발로 기대를 모아온 터라 선발 적응이 지금까지 순조롭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우규민의 보직에 대해서는 그동안 결정된 것이 없었다. 당초 3선발로는 이대은 차우찬 등이 거론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우규민이 선발로 가는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이대은은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고, 차우찬은 불펜에서 할 일이 많다. 선발로 보직이 확정된만큼 우규민은 앞으로 투구수 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서울로 가서 연습경기를 통해 공 개수를 조정하면서 해 나가야 한다. 아직은 공들이 높다. 제구력도 투구수와 함께 천천히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