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뱃살이 많을 거면 참치로 태어날 걸 그랬어'.
최근 SNS를 타고 널리 알려진 우스개다. 남녀를 막론하고 외모와 건강 통틀어 최대 고민이 '뱃살'에 대한 것이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점점 더 배가 나오고, 뱃살 빼기가 더 힘들어진다. '나이 들어서 살을 빼니 얼굴살만 빠지고 뱃살은 그대로'라는 한탄이 이어질 정도다. 복부비만과 관련된 궁금증 및 뱃살 빼는 방법에 대해 전문의들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 여성도 60대 넘으면 내장지방형 복부비만 걱정해야
옷맵시부터 성인병까지, 뱃살은 이래저래 '눈총'의 대상이다. 복부는 팔, 다리에 비해 '지방이 쌓일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살이 집중되고, 다이어트를 해도 '최후까지 남는' 부위다.
허리둘레 기준으로 남성 90cm(35.4인치), 여성 85cm(33.5인치) 이상이면 '복부비만'이다. 그런데 여성과 남성의 복부비만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오범조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둔부·허벅지 등의 피하지방 비율은 여성이 많지만, 남성들은 내장지방으로 인한 '올챙이배'가 많아 더 문제"라고 말했다. 폐경 전 여성에게 많은 피하지방형 복부비만은 골절 방지 패드 역할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내장지방 위주의 복부비만은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은 물론 대장암과 전립선암까지 유발할 수도 있다. 이는 여성과 남성의 수명 차이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여성들도 내장지방의 위험에서 안전하지만은 않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60대 전까지는 남성의 대사증후군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60대 이후에는 성비가 비슷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팔다리는 가늘지만 배만 나온 복부비만은 절대적인 근육량이 부족하게 나타난다. 근육량이 적기 때문에 같은 양의 에너지원을 섭취해도 소모량 또한 적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근육량을 유지하고 뱃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 섭취에 소홀하기 쉽다. 고령일수록 치아도 안좋아지고, 흡수가 빨리 되는 식품에만 손이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긴 고기가 먹기 힘들면, 등심보다 안심, 다진고기를 이용한 햄버거스테이크나 생선 등을 섭취해서 균형있는 식단을 챙겨야 한다.
▶ '저탄수 고지방 다이어트', 심혈관 질환자는 절대 금물
'뱃살과의 전쟁은 곧 탄수화물과의 전쟁'이라고 할만큼 밀가루 음식과 밥 등을 줄이는 것이 관건으로 생각돼 왔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저탄수 고지방 다이어트'다. 지난해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방영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뱃살이 들어갔다'는 경험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러나 이를 보는 전문의들의 시선은 우려가 가득하다.
일단 '저탄수'에 대한 시선은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단에서 탄수화물의 비중은 많게는 80%까지 이르러 절대적이다. 3대 에너지원의 이상적 비율은 탄수화물 55~60%, 단백질 20%, 지방 20~25% 정도로, 우리나라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영양소 편식'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나친 고지방 위주의 식단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동맥경화를 불러오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 특히 심장이나 뇌졸중 약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금물이다. 이 다이어트를 장기간 지속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지방 섭취를 꺼리는 것도 좋지 않다. 임수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지방 섭취가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지방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면서 "올리브 오일이나 견과류, 등푸른 생선 등 불포화 지방은 오히려 혈관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겹살이나 버터 등 포화지방에 비해 몸에 무리가 덜 간다는 것. 따라서 삼겹살 대신 고등어를 먹는 등 식습관을 바꿔보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 극단적 저탄수 식단도 저혈당 증세 등을 불러올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특히 뇌활동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은 소아·청소년의 두뇌 발달엔 치명적이다. 탄수화물 칼로리 줄이기는 밥을 평소 섭취량의 3분의2 정도만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탄수화물 섭취도 단순 탄수화물에서 복합 탄수화물로 바꿔야 한다. 흰쌀보다 현미, 현미보다 귀리·조·수수 등이 더 좋다. 그러나 먹기 좋은 정도로는 백미와 잡곡을 반반 섞는 것이 추천된다.
▶ 식품 첨가 고과당옥수수시럽, 설탕 아니라 괜찮다고?
복부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챙겨야 할 것 중 하나가 탄수화물 중 '단순당' 형태의 당 섭취 제한이다.
지난해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설탕보다 더 문제가 된 '달콤한 유혹'이 있다. 바로 천연 과일이 아닌 첨가물로서의 '과당'이다. 이슈가 된 과당, 특히 고과당옥수수시럽(HFCS)은 옥수수 전분에서 얻은 과당 함량이 높은 감미료다. 설탕보다 훨씬 달지만 가격이 싸서 음료수·과자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팀에서 '고과당옥수수시럽이 든 탄산음료·과일주스 등이 내장지방이 더 많이 쌓이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뱃살을 빼기 위해서는 고과당옥수수시럽을 줄이는 것도 좋은 팁이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반반인데 비해, 과당 비율을 높인 옥수수시럽의 경우 포만감이 쉽게 안오고 인슐린 분비가 덜돼 높은 칼로리를 더 많이 섭취하게 만든다. 또 대사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간에 쌓여 지방간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미국에서는 맥도날드 등 식음료업계에서 고과당옥수수시럽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 '설탕만 피하면 된다'면서, 대체 당류들이 모두 설탕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특히 이러한 식품 첨가 당류는 '액상 과당', '당류' 등 정확한 성분 표시대신 모호한 표현이 많아 소비자들이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 '지방 분해 효과'가 있다고 유행 중인 파인애플 식초나 기타 다른 다이어트 보조식품도 이러한 첨가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문의들은 "환자들 중 뱃살을 줄인다면서 마신 음료 속 당류 때문에 오히려 체중과 혈당이 늘어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음식 조리시 당류를 대체해서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전체 칼로리를 줄이지 않으면서 추가적으로 먹으면 체중·뱃살 감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근력운동 먼저 하고 유산소 운동해야 뱃살 '쏙'
식이요법 없이 운동으로만 뱃살을 빼려면 '국가대표급'의 강훈련을 해야 한다. 또 운동을 안하고 식이요법으로만 살을 빼면 반드시 '요요 현상'이 온다. 따라서 식이요법과 운동은 뱃살을 빼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행해야 할 '짝꿍'이다.
흔히 뱃살을 빼기 위해 권하는 운동으로는 걷기, 자전거 등의 유산소 운동과 코어(배부터 허벅지에 이르는 부분)를 강화하는 필라테스, 플랭크 등의 근력 운동이 있다. 전문의들은 "초고령층이나 심폐질환자가 아니라면,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범조 교수는 "식이요법과 함께 근력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기초대사량이 그대로 있게 되기 때문에 다시 살이 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들은 같은 체격이더라도 허벅지가 가늘어지면 근육이 감소한다는 신호로 피로감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따라서 근력 운동을 통해 기초대사량과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뱃살을 잡고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선 어떻게 운동하는 것이 좋을까? 임수 교수는 "다리·팔·배 등의 근육운동을 먼저 한 후, 유산소 운동을 해야 지방이 소모돼 효과적으로 뱃살을 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의 비율은 절반씩이 좋다. 운동은 2일에 1번, 최소 50분 이상 하는 것이 추천된다. 단,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 중 세부 종목은 본인이 꾸준히 할 수 있고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선택해야 한다. 특히 고령층이 무리하게 근력운동을 하다가는 관절이나 허리를 삐끗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 :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오범조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대사증후군]
대사증후군이란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등 성인병 위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 30대 이상에서는 3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일 만큼 흔하다. 특히 대사증후군의 주요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 악화'는 내장비만 때문에 생기기 쉬워 복부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 진단 기준
- 허리둘레 남자 90cm(35.4인치) 여자 80cm(31인치) 이상
- 중성지방 150mg/dL 이상
- 고밀도 콜레스테롤 (HDL) 남성 40mg/dL 이하, 여성 50mg/dL 이하
- 혈압 130/85mmHg 이상
- 공복혈당 100mg/dL 이상
→ 이중 3개를 초과하면 대사증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