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열흘 남았다. 이제는 실전 모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23일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 12일 이곳으로 넘어온 대표팀은 휴식일 이틀 제외한 8일 동안 밀도있게 훈련을 소화했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요코하마 DeNA베이스타스와 연습경기도 가졌다. 비록 타선 부진으로 2연패를 당했지만, 나름대로 소득과 과제도 확인했다.
대표팀은 24일부터 1라운드가 열리는 고척돔에서 훈련을 이어간다. 첫 경기인 3월 6일 이스라엘전을 앞두고 열흘 동안 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쿠바, 호주, 상무, 경찰청 등과 5차례 평가전이 잡혀 있다. 이제는 실전처럼 베스트 멤버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소방수 오승환이 27일 귀국해 다음날 합류한다. 오키나와에서 대타로만 들어섰던 4번타자 이대호도 선발 출전 채비를 하고 있다. 양현종 장원준 우규민 등 선발 3인방은 투구수 확대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오승환의 합류는 '완전체' 대표팀을 의미한다. 오승환의 컨디션에 대해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WBC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 메이저리거들처럼 오승환도 시범경기에 한 차례 등판할 예정이다. 오는 26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등판해 1이닝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이크 매서니 감독이 오승환의 투구를 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대표팀 합류 시점을 고려해 첫 경기에 내보낸다고 볼 수 있다. 선동열 투수코치는 "오승환은 몸을 잘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오승환이 완벽한 컨디션으로 실전에 나선다면 대표팀이 안고 있는 걱정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
이대호는 아직 실전 준비가 안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제는 선발출전해 4번타자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대호는 두 차례 연습경기에 각각 대타로 나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대호는 "공에 대한 반응을 해야 하는데 아직 안된다. 서울로 돌아가서 실전을 치르면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사실 김 감독은 전지훈련을 앞두고 타선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마운드 운영에 대한 고심이 가득했다. 그런데 연습경기서 드러난 타자들의 컨디션을 보고는 걱정이 커졌다. 김 감독은 "요코하마전에서 김태균 최형우 등이 방망이 중심에 맞히기 시작했다"면서도 "(타선이)괜찮다고 봤는데 아닌 것 같다. 전체적으로 약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이대호의 타격감이 하루빨리 오르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타자들이 5차례 평가전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실전 감각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공을 많이 본다거나 적극적으로 스윙을 한다거나, 정해진 것이 없다. 실제 경기처럼 '공보고 공치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생소한 투수들이 많이 나서는 쿠바전(25, 26일)과 호주전(28일)은 좋은 테스트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라운드 3경기 선발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에는 장원준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첫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하니까 그래도 장원준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경기에 맞춰서 평가전 등판 계획을 세울 것이다. 이제는 투구수도 어느 정도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테이션 순서가 어떻게 결정되든 세 투수는 5차례 연습경기서 한 두차례씩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 투수 모두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는 30개 안팎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를 50개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 세 차례 WBC와 비교해 이번 대표팀은 훨씬 큰 불안감을 안고 훈련을 시작했다. 더구나 국민적 관심 역시 끌어모으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인식호'가 오승환의 합류, 이대호의 선발출전, 선발진들의 투구수 끌어올리기 등으로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