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종현기자] 패러디의 끝은 어디인가.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 패러디는 다른 대상을 흉내내거나 모방해 문제점을 폭로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표현 방식이다.
예술, 정치, 사회 등 장르 구분 없이 생산되고 있는 패러디 중 시선을 사로잡는 패러디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정남 암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도안 티 흐엉의 모습을 담은 베트밈의 티셔츠다.
베트밈은 전세계 패션 피플들을 사로잡은 브랜드 베트멍의 패러디 브랜드다. 베트밈은 폰트에서 의상 디자인까지 모든 걸 모방하고 있다. 심지어 베트멍의 시그니쳐 아이템인 레인 코트의 경우 패러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리셀이 이뤄질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트릿 패션 특유의 패러디 문화와 베트멍, 그리고 베트밈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티셔츠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아무리 자유로운 표현과 패러디가 용납되는 패션계라도 한 생명을 앗아간 암살 용의자의 모습을 의상에 담는 것은 혐오스러운 행위라는 것.
일부는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사용해 논란이 되었던 메종 키츠네, 나이키 조던 12의 사례를 들며 이번 베트밈의 티셔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베트밈의 이번 티셔츠에는 단순히 암살 용의자의 사진이 박혔을 뿐 어떤 찬양이나 미화적 뉘앙스는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어떠한 희화화의 의도없이 CCTV와 뉴스 보도 사진을 티셔츠에 담음으로써 패러디의 중요한 기능인 '낯설게 보기'를 실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게 반대측의 의견. 또한 반대 측은 암살 당한 미국 대통령 존 에프 케네디를 모티브로한 슈프림의 데드 케네디 의상에는 어떠한 비난도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패러디는 문제를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표현 방식이다. 한국의 의류 카피를 비꼬기 위해 '오피셜 페이크'라는 패러디를 선보인 베트멍 처럼, 이런 베트멍을 패러디한 베트밈의 의도는 눈여겨 볼 만 하다.
하지만 민감할 수 있는 생명의 문제를 패션에 접목 시킨 베트밈. 패러디가 넘쳐나는 요즘 패션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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