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이대로 개막 뒤에 숨어 침묵할 것인가.
2017 시즌 KBO리그가 개막했다. 야구는 시작됐지만, 풀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남았다. 바로 선수협의 메리트, 그리고 구단 행사 참여 수당 지급 요구 논란이다.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넘어갔으면 될 문제를,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이해할 수 없는 변명만 늘어놨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모습을 감췄다.
스포츠조선은 지난달 28일 선수협이 메리트를 지급하지 않으면 구단 주최 팬사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결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선수협은 28일 밤 곧바로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스포츠조선은 29일 이 보도자료가 거짓임을 다시 한 번 보도했다. 단장들에게 각 팀 주장들이 수당 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구단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자 선수협 이호준 회장은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 자리에서 자신들은 팬사인회, 보이콧 등의 단어를 절대 사용한 적이 없다는 내용과 그 내용이 도대체 어디서 나와 선수들을 흔드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스포츠조선은 기자회견 직후 다시 한 번 10개 구단 단장들에게 이 사실을 확인했다. 2개 구단 주장이 메리트를 다시 달라고 했고, 나머지 구단 주장들도 수당을 주지 않으면 구단 행사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확실히 전했다. 선수협은 거짓 기자회견으로 야구팬들을 우롱했다.
이후 좋지 않던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기자회견 후, 선수협은 모습을 감추는 방법을 선택했다. 31일 프로야구가 개막했고, 이 개막 분위기로 조용히 넘어가자는 심산인 듯 하다. 거짓 기자회견을 한 이후 문제를 해결한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넘어간다면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이, 프로야구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 지 알기나 할까. 개막 2연전 흥행은 대참패다. 빅매치로 기대를 모은 잠실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전은 이틀 연속 2만 관중을 간신히 넘겼다. '엘넥라시코' LG 트윈스-넥센 히어로즈전이 열린 고척스카이돔 경기는 이틀 연속 8000명대 관중에 그쳤다. 인천, 대구 경기는 더 처참했다. 개막전은 금요일이라는 핑계가 있었지만, 토요일도 관중들이 찾지 않았으니 핑계댈 게 없다. 날씨 탓을 하기에는 고척돔이 걸린다. 100% 선수협 논란 탓이라고 하기는 무리지만, 이번 논란이 관중들의 발길을 끊은 데 큰 영향을 미쳤음은 확실하다.
기자회견을 연다고 하더니, 사과는 커녕 전지훈련 격려금이 줄고 명절 선물이 끊겼다며 '정'을 들먹이고, 20년 동안 메리트 받고 야구하다 지난해 폐지되니 힘들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구단들에게 다시 불법을 저지르란 요구였다. KBO는 "메리트라 불린 승리 수당 뿐 아니라, 만약 구단 참여 행사에 구단이 수당을 지급한다면 그 것도 불법이다. 신고를 하면 포상금 1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확인해줬다. 여기에 더해 자신들의 새로운 요구 10가지를 수용하라는 주장까지 하니 성난 팬심은 더욱 들끓었다.
야구팬들은 이번 개막 2연전을 통해 최근 팬들이 느끼는 아쉬움을 확실히 표현했다. 자칫했다가는, 그동안 멈출 줄 모르고 상승하던 프로야구 인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선수협은 숨지말고 잘못한 게 없으면 다시 변명을 하든, 아니면 사과를 하고 이 논란에 책임을 지든 결정을 해야한다. 그래야 성난 야구팬들의 민심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다.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