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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의 기적'정상은X장우진 복식金 "태극마크, 간절함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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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으로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했다."(정상은) "가슴에 단 태극기를 생각했다."(장우진)

23일 인천 남동체육관,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유럽선수권 챔피언조를 이기고 우승한 '탁구 청춘'들의 일성이다.

김택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탁구 대표팀 정상은(27·삼성생명)-장우진(22·미래에셋 대우)조는 23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펼쳐진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유럽 강호' 파트릭 프란치스카(독일)-조나단 그로스(덴마크)조를 3대2(11-9, 8-11, 12-10, 7-11, 12-10)로 꺾고 짜릿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경기 직전 정상은은 어깨에 얼음을 잔뜩 인 채 "어깨가 부서지더라도 이겨야죠" 했다. 직전 중국 우시 아시아탁구선수권 남자단식에서 '세계 1위' 마롱을 꺾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2년만의 단체전 준우승도 이끌었다. 최고의 성적을 안고 귀국하자마자 인천 코리아오픈에 나섰다. 잇단 출전으로 어깨에 무리가 왔다. 매경기 얼음을 친친 감은 후 경기에 나섰다.

안방 팬들의 뜨거운 기대가 쏠렸던 코리아오픈 개인전에서 남자대표팀은 극도로 부진했다. 개인단식 32강에서 임종훈(KGC인삼공사, 남자단식 동메달)을 제외한 전원이 탈락했다.

정상은-장우진의 남자복식조만 살아남았다.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결승에 올랐다. 정상은-장우진조는 이번 대회 첫 손발을 맞췄다. 5월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이상수-정영식, 정상은-장우진 등 2개의 복식조가 결성됐지만, 우시아시아선수권에서 정영식의 손목 부상으로 이상수-정상은 조가 급조됐다. 정상은-장우진조는 손발을 맞춘 지 불과 2주만에 코리아오픈에 나섰다. 실전이 곧 훈련이었다. 첫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다.

프란치스카-그로스조는 지난해 유럽선수권 챔피언조, 크로아티아, 헝가리, 오스트리아오픈에서 잇달아 우승한 강호다. 4강에선 '국내 최강' 이상수(국군체육부대)-정영식(미래에셋 대우)조를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첫세트, 2-6으로 밀렸지만 6-6까지 따라잡았다. 11-9 역전승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는 8-11로 내줬다. 3세트, 놀라운 뒷심을 발휘했다. 5-10의 스코어를 12-10으로 뒤집어냈다. 정상은, 장우진이 번갈아 7연속 득점하는 대역전 드라마였다. 정상은의 날선 포어드라이브가 잇달아 작렬했다. 4세트를 7-11로 내주며 세트스코어는 2-2로 팽팽해졌다.

마지막 5세트는 대혈투였다. 전날 남자단식 4강전에서 임종훈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한 프란치스카의 백드라이브가 작렬했다. 정상은도 지지 않았다. 맞드라이브가 불을 뿜었다. 2-5로 밀리던 스코어를 7-7로 따라붙었다. 7-9로 밀렸지만 다시 2포인트를 따라잡으며 9-9 균형을 맞췄다. 정상은의 강력한 포어드라이브가 테이블 위로 잇달아 꽂혔다. 결국 12-10으로 역전승했다. 안방에서 간절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럽 챔프' 프란치스카-그로스조가 국제대회 결승에서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겨우 '2주' 손발을 맞추고 나온 한국 복식조에게 일격을 당했다. ITTF 공식 사이트도 놀라움을 표했다. '시드도 없이 나온 한국 복식조가 예상을 뒤엎고 드라마틱한 우승을 이뤘다. '3번 시드' 프란치스카-그로스조가 ITTF 주관 투어대회 결승에서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2주 훈련만에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비결은 '간절한 투혼, 그리고 원팀의 정신'이었다. 어깨를 동여맨 정상은은 "임종훈이 남자단식 동메달을 따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표팀으로서는 자기 역할을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복식에서라도 좋은 모습,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했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김택수 대표팀 감독님이 연습할 때마다 늘 태극기가 왼쪽 가슴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하셨다. 국내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꼭 우승하고 싶었다"고 했다.

3세트, 5세트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밀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포인트 한포인트 따라가자, 위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만 생각했다"고 했다. 서로를 다독이며 위기를 견뎌냈다. 장우진은 "1등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실수가 많았다. (정)상은이형이 '절대 미안해하지 말고 할 것만 하자'고 다독여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며 파트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상은은 "우진이라도 똑같이 그랬을 것이다. 복식을 하다보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다. '실수했다고 미안해하지 말자. 앞으로 할 일만 생각하자'고 했다"며 웃었다.

5월 독일 뒤셀도르프세계선수권을 앞두고 '2주의 기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우진은 "정영식-이상수조도 잘하지만 우리도 '이변의 스타'가 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정상은은 "세계선수권 복식 목표는 4강이다. 단식은 8강이든 16강이든 중국선수 1~2명 이기는 것을 목표 삼았다. 아시아선수권에서 마롱을 이겼듯이 이제 중국과 붙더라도 못이긴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