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돌릴 틈이 없다. 정말 지옥의 스케줄이 따로 없다.
K리그 클래식팀들이 연일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5월3일 석가탄신일 일정이 포함되며 한주 3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제주, 수원, 울산, 서울은 더하다. 이들은 4월22일부터 5월6일까지 15일간 5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서울, 울산이야 상황이 좀 낫지만 16강 문턱에 있는 제주와 수원은 9일 운명의 ACL 조별리그 최종전을 준비해야 한다. 14일 주말 경기까지 하면 23일간 무려 7경기를 해야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악명높은 박싱데이보다 혹독한 살인일정이다.
6일과 7일 열리는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의 변수는 단연 체력이다. 계속된 경기에 날씨까지 갑자기 더워져 선수들의 체력소모가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초반 뜨거워지고 있는 순위싸움을 결정짓는다.
일단 로테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6일 홈에서 상주를 만나는 제주는 주축들을 대거 빼기로 했다. 현재 H조 2위를 달리고 있는 제주는 9일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를 잡으면 구단 창단 첫 ACL 16강에 오를 수 있다. 리그보다는 ACL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 제주는 마침 3일 '1강' 전북에 4대0 깜짝 대승을 거두며 여유가 생겼다. 4경기 연속골을 넣고 있는 마르셀로를 비롯해 마그노, 권순형 이창민 등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백업들의 컨디션이 좋아 이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조 감독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겨우내 스쿼드를 두텁게 했다. 상주전에 나서는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팀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대적인 로테이션이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변화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전술적 변화를 택하는 팀도 있다. 스쿼드가 얇은 팀들의 해법이기도 하다. 수원은 3일 포항을 1대0으로 꺾고 3연승에 성공했다. 승점 8점으로 ACL G조 2위를 달리고 있는 수원도 9일 광저우 헝다와의 원정경기가 중요하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3위 가와사키 프론탈레(승점 7)가 최약체 이스턴을 잡을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에 비겨도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6일 홈에서 울산과 격돌하는 수원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대대적인 로테이션이 쉽지 않다. 대신 전략적으로 체력 부담을 덜 계획이다. 체력소모가 큰 전방 압박을 최소화하고 상대를 이용한 경기운영이 그것이다. 수원은 이미 이 전략으로 포항전에서 재미를 봤다. 울산전 역시 비슷한 패턴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