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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맨-캡틴' 오반석 "벌써 150경기 뛰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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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렇게 됐더라구요. 저도 몰랐어요…."

오반석(29·제주)의 목소리를 담담했다. 딱 그의 성격대로다.

제주에서만 한 길을 걸었다. 2012년부터다. 입단 첫 해 25경기에 나섰다. 1골도 올렸다. 이후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이듬해 30경기(1골), 2014년엔 36경기에 나섰다. 다채롭고 화려한 제주의 공격 축구, 묵묵히 몸을 던지는 수비수 오반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반석의 2016년은 빛과 어둠이 공존했다. 일단 팀이 리그 3위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자격을 획득했다. 경사였다. 하지만 오반석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부상으로 공백이 컸다. 연이은 줄부상으로 그라운드 위보다 밖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다. 리그 16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이를 갈았다. 올 시즌엔 100% 컨디션을 유지하며 제주 최후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뜻 깊은 순간이 찾아왔다. 지난 3일 전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제주가 4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오반석은 전북전을 통해 프로 통산 15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하지만 동료 박진포의 200번째 출전 사실만 알려졌다. 오반석은 멋쩍게 웃었다. "누가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나도 몰랐다"며 잠시 생각을 한 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제주에서만 계속 뛰어왔는데 150경기라니…. 뭐 200경기, 300경기 보단 의미가 덜하다고 할 순 있지만 내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했다.

제주에서만 여섯 시즌째 뛰고 있는 오반석, 주장 완장도 그의 몫이다. "부담도 있지만 동료들이 잘 해줘서 큰 문제는 없다."

'제주 외길'만 걸었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베스트 경기'가 궁금했다. 시간이 걸렸다. 자신에게 워낙 평가가 박했다. "내가 딱히 뭘 한 게 없는데…." 한참 뒤 입을 열었다. "음…. 난 내 스스로에게 좀 짜다. 내가 막 잘했다고 생각드는 건 솔직히 없다"면서도 "그런데 딱 한 장면 떠오르는 게 있다"고 했다.

2년 전 일이다. 2015년 7월 8일 포항전. 오반석은 "후반에 상대 슈팅 두 번을 연달아 몸을 날려 막았다. 내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이 들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런데 오반석이 계속 웃는다. "아~ 근데 그 때 핸드볼 파울 판정이 나오면서 바로 퇴장을 당했다. 하필 기억에 남는 게 퇴장으로 연결돼서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지금 돌이켜 보니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당시 제주는 4대3 승리를 거뒀다.

오반석은 "제주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어디서 뭘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한 구단에서 계속 뛰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 해야 했다. 같은 환경에서 계속 있다보니 새로운 동기부여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내 150번째 출전도 잊고 살았는데 돌아보니 나도, 팀도 한 뼘 이상씩은 성장을 했더라. 묘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오반석은 그야말로 제주의 보물이자 수호신이다. 지금 K리그에 이만한 '원클럽맨'은 찾기 어렵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