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논란.' 올 시즌 K리그의 불명예스런 화두다.
바람 잘 날이 없다. 7일 또 한번 논란이 불거졌다. 평창알펜시아스타디움서 열린 강원-인천전(2대1 강원 승) 종료 후 김석현 인천 단장이 울분을 토했다. 인천에 앞서 지난 3월엔 기영옥 광주 단장이 읍소를 했다. 두 단장이 쏜 화살. 과녁은 하나다. 심판 판정이다. 승패를 가를 중대한 오심에 대한 불만이다.
오심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경기의 일부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 유독 시끄럽다. 구단과 팬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K리그를 어둡게 하는 지속적인 오심 논란,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선 심판의 경험과 자질 부족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2013년 K리그 승강제 도입과 동시에 '심판 승강'을 도입했다. 국내 총 560명 1급 심판 중 330명이 활동을 하고 있고, 이 중 기량이 우수한 46명의 심판이 리그에 배정된다"며 "1년 동안 심판 평가 성적을 통해 클래식-챌린지-내셔널리그까지 2명씩 승격, 강등 된다. 그리고 체력 테스트에서 떨어진 심판들은 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올 시즌 개막 전 3명의 심판이 체력 미달로 K리그 배정에서 제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과도기인 것 같다. 심판 승강 과정에서 기존 약 40세였던 심판 평균 연령이 38세 수준으로 낮아졌다. 심판의 연륜과 경험이 다소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중대한 오심 빈도가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클래식 한 구단의 관계자는 "솔직히 오심은 늘 있었다. 그런데 올해 심판들이 더 많이 긴장하고 자신감이 결여된 것 같다. 분명 자신이 더 좋은 위치에서 봤는데 확신을 갖지 못하고 더 멀리 있는 부심, 대기심과 협의 판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나오는 오심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산하 심판협의회 관계자는 "서울-광주전 오심 징계 뒤 심판들이 많이 얼어있다. 킥오프 전부터 많이 위축된 상태에서 심판을 본다. 경험이 적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나오는 상황"이라며 "주심의 경우 1경기 배정되면 200만원, 부심은 150만원, 대기심은 100만원 정도 받는다. 한달에 많으면 3경기 정도인데 통상 중대 오심이면 2~3경기 배정 정지다. 한 달 생활비가 완전히 날아가 생계에 지장이 올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광주전 주심이었던 김성호 주심은 무기한 배정 정지, 박인선 부심은 퇴출 징계를 받았다. 이 관계자는 "연맹이 더 일관된 기준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했다.
복잡하게 꼬인 매듭, 어떻게 풀어야 할까. 7월 중순 도입 예정인 VAR(Video Assistant Referee·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해답이다. 축구계에 기대도 크다. 프로연맹 관계자-구단-심판 관계자 모두 "VAR이 도입되면 문제의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새로운 제도의 연착륙이다. 교육과 육성이 필요하다. 프로연맹은 VAR을 도입한 유럽 리그들과의 교류를 계획중이다. 이미 3월 네덜란드 연맹 팀장을 초빙해 교육을 받았다. 12일엔 국제축구연맹(FIFA) 강사 교육이 예정돼있다. 이후에도 지속적 교류를 통해 VAR 인력을 육성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심판 능력 향상을 위한 '육성심판제'도 더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육성심판들은 R리그, 내셔널리그, K3에서 경험을 쌓는다. 향후 체력과 능력, 경험을 갖춘 뛰어난 심판들을 키워 심판 승강과 연계해 K리그에 양질의 심판을 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심판을 배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 하다. 오심 징계로 인한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선진 리그 경험을 K리그에 전파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