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냉혹한 승부의 세계라고 해도, 요즘 삼성 라이온즈 경기를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TV 중계 카메라에 잡힌 삼성 덕아웃에선 생기를 찾아볼 수 없다. 실점 상황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는 코칭스태프, 물끄러미 그라운드를 쳐다보는 이승엽, 허탈하게 먼산을 바라보는 선수들. 요즘 삼성 팀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시즌 시작 전부터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됐으나, 구단 내부에서도 이정도까지 처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일시적인 부진이라면 다행이지만, 도무지 터널 끝이 안 보인다. 투타 동반부진에 투타 엇박자, 뼈아픈 수비 실책까지 뭐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다. 1선발로 영입한 우완 앤서니 레나도가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진 지 오래다. 기대가 컸던 젊은 투수 유망주들도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 지난 시즌 후 이적한 차우찬, 최형우 공백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총체적 난국인데, 도대체 내세울 카드가 없다. 세대교체, 팀 리빌딩도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낼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최악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약점을 드러내면, 상대팀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된다. 이미 상대팀들에게 '승수 자판기' 신세로 전락한 삼성이다.
9일 현재 6승2무24패, 승률 2할. 선두를 질주중인 KIA 타이거즈(24승9패, 승률 0.727)에 16.5게임, 9위 kt 위즈(14승19패, 승률 0.424)에 6.5게임 뒤진 압도적인 '꼴찌'다. 메이저리그 30개팀, 일본 프로야구 12개팀를 포함해 한미일 프로리그를 통틀어 최저승률이다. 얼마전까지 1할대 승률에 허덕였기에 2할 승률도 불안하다.
워낙 부진이 깊다보니 이전 시즌과 비교하기가 민망하다. 삼성의 정규시즌 역대 최저승률은 1995년 4할4푼8리. 그해 54승5무67패로 8개팀 중 6위에 머물렀다. 10개팀 중 9위, 역대 최저 순위를 기록했던 지난 시즌에는 65승1무78패, 승률 4할5푼5리를 마크했다.
남은 경기에서 2할대 승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단일 시즌 첫 100패까지 가능하다. 2002년 롯데 자이언츠,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97패가 단일 시즌 팀 최다패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15승65패, 승률 1할8푼8리를 찍었는데, KBO리그 역대 최저 승률 기록으로 남아있다.
삼성의 압도적인 부진은 리그 건전성, 흥행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인기팀의 독주도 좋지만, 리그 전체를 봤을 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선두권팀이 승률 6할대를 유지하고, 하위권팀이 4할대를 지켜주는 구도다. 최약체 팀을 상대로 한 뻔한 승부는 리그 균형을 깨트리고, 흥미를 떨어트린다. '야구 명가' 삼성이 '민폐 구단'으로 전락할 위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KBO리그 역대 정규시즌 최저승률
순위=연도=구단=승패=승률=비고
1=1982=삼미=15승65패=0.188=-
2=1999=쌍방울=28승7무97패=0.224=역대 최다패
3=2002=롯데=35승1무97패=0.265=역대 최다패
◇삼성 정규시즌 최저승률
순위=연도=승패=승률=비고
1=1996=54승5무67패=0.448=8개팀 중 6위
2=2016=65승1무78패=0.455=10개팀 중 9위
3=1983=46승4무50패=0.479=6개팀 중 4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