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는 하위 타순에서 치고 있다.
시즌 초 주로 2번 또는 3번 자리에 배치됐던 번즈는 타격감이 들쭉날쭉해 7번, 8번으로 밀리더니 최근에는 9번타자로 등장중이다. 지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도 번즈는 9번 3루수로 선발출전했다.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6일만에 다시 9번에 기용됐다.
외국인 타자가 9번에서 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보통 장타력을 갖췄을 경우 클린업트리오에 배치되거나 정교한 타격을 하는 경우에는 1,2번 타순에 오른다. 하위 타순, 그것도 9번타자로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타력이 신통치 않다는 뜻이 된다.
KBO에 따르면 외국인 타자가 9번타자로 선발출전한 것은 번즈가 12번째 케이스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4년 넥센 히어로즈 로티노였다. 공교롭게도 롯데 외국인 타자들이 많았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브래디, 2002년 해처, 2007년 리오스가 9번타자로 선발출전한 롯데 외국인 타자들이다.
번즈는 이날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급한 타격에 운까지 따라주지 않았다. 7회에는 선두타자로 나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1사 1,2루에서 이대호가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될 때 3루로 태그업을 하다 아웃됐다. 3루를 욕심낼 수 있는 깊은 타구가 아니었다. 번즈의 판단 착오였다. 9회에는 무사 1루서 3루수 병살타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현재 번즈는 타율 2할5푼2리, 3홈런, 11타점, 5도루를 기록중이다. 출루율은 0.314에 불과하고 장타율 역시 0.416 밖에 안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원우 감독으로서도 하위타순 말고는 번즈를 기용할 자리가 마땅치 않다. 규정타석을 채운 외국인 타자 가운데 번즈는 타율이 5위다. 올시즌 외국인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페이스가 처져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번즈의 활약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롯데 내부에서도 번즈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론이 조금씩 일고 있는 분위기다. 타격과 수비 사이에서 딜레마가 존재한다. 안정적인 수비와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은 만족스럽기 때문에 타격 부진은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수비는 2루와 3루를 모두 맡으면서 폭넓은 범위와 강한 송구능력을 자랑한다. 더블플레이때 재빠른 동작 역시 일품이다.
롯데는 이날 현재 10개팀 중 가장 많은 39개의 병살타를 기록중이다. 번즈는 7개를 쳐 이 부문 공동 2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