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칸(프랑스)= 조지영 기자] "레드카펫이 자연스러웠다고요? 천만에요. 이런 큰 영화제 자주 온 배우처럼 보이려 연기한 거예요. 하하."
지난 25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칸 마제스틱 비치호텔에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범죄 액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변성현 감독, CJ엔터테인먼트·풀룩스 바른손 제작) 한국 매체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인터뷰에는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불한당이 된 남자 재호 역의 설경구, 현수(임시완)를 의심하고 뒤를 쫓는 오세안무역의 왼팔 병갑 역의 김희원, 오세안무역의 조직적 비리를 노리는 경찰 천팀장 역의 전혜진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극 중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 현수 역의 임시완은 오는 7월에 방송될 MBC 새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촬영으로 인해 칸영화제 행사를 끝낸 뒤 곧바로 귀국해 인터뷰에 불참했고 변성현 감독은 국내에서 벌어진 SNS 논란에 대한 자숙의 뜻으로 이번 칸영화제 참석을 고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칸영화제에 입성한 '불한당'. 지난 24일 밤 11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상영회를 통해 전 세계 관객에게 선보였고 반응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올해 공개된 미드나잇 중 가장 뜨거운 호평과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인 상영회를 마친 것. 관객으로부터 무려 7분여간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불한당' 공식 상영회가 열린 이튿날 스포츠조선과 만난 김희원은 레드카펫에서 자연스러운 포즈와 능청스러운 에티튜드를 펼쳐 외신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비결에 대해 "사실 연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말 큰 영화제라 긴장이 많이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러 '편안하게 하자'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나는 편안하다'라는 말을 속으로 곱씹으며 편안한 척을 한 것이다. 상영회가 끝나고 기립 박수가 7분간 이어졌다고 하던데 내 체감상 1분처럼 느껴지더라. 긴장해서 그런지 시간이 정신없이 훅 지나가더라. 그곳에서 마치 영화제에 자주 온 배우마냥 연기하려고 굳건히 마음을 먹었지만 절대 그렇게 되지 않더라. 나도 모르게 긴장이 얼굴로 드러났고 이후에 사진을 보고 알게 됐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김희원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눈가가 촉촉해진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솔직히 안 울려고 했는데 영화가 끝날 때쯤 울컥했다. 칸영화제에서는 이렇게 반응이 좋은데 정작 한국에서는 미지근한 반응이라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고 '인간 김희원이 칸에 와서 관객에게 박수도 받아보는구나' 싶기도 해 절로 눈물이 나더라.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는데 만감이 교차했고 동시에 터지는 관객의 박수 소리에 한동안 못 일어났다. 그냥 그 순간이 감동이었고 심호흡을 한 번 불고 힘을 내 일어나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래도 그 순간 떠오르는 건 변성현 감독이었다"고 언급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컸던 김희원. "다 같이 고생해서 여기, 칸까지 왔는데 이왕이면 다 같이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한국에서 흥행하고 칸영화제에 오면 부담이 없는데 한국 성적이 아쉬워 칸영화제에 대한 걱정과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래서 더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다행히 칸영화제를 통해 좋은 평을 받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 졌다. 이제부터 즐기려고 하는데 즐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상영회 당시 매 장면 관객을 웃게 만든 원동력에 대해서도 남다른 연기 철학을 드러낸 김희원. 그는 "'불한당' 전반적으로 무섭고 섬뜩한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내가 맡은 병갑이란 역할이 잔뜩 긴장한 관객에게 쉬어가는 포인트를 준 것 같다. 웃기려고 한 건 아닌데 한국이나 해외나 내 캐릭터에 많이 웃어줘 고맙다. 특히 폭소가 터졌던 부분이 동생들이 보는 앞에서 삼촌 병철(이경영)에게 뺨을 맞고 차에서 남몰래 우는 장면이다. 촬영 전 대본에 써진 것부터 '웃기겠다' 싶었다. 그런데 너무 웃기려고 연기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되려 집중을 많이 하고 촬영했던 신이다. 보통 현장에서 감정을 잡기 위해 시간을 달라고 하지 않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는 변성현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고 홀로 구석에 박혀 감정을 잡았다. 그 정도로 진지하게 촬영했던 장면인데 한국과 칸 모두 반응이 좋아 뿌듯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희원은 "칸영화제에 와서 또 공부하고 가는 것 같다. 보통 감정의 전달이 언어로 많이 되는데 이번 영화제를 통해 굳이 언어가 아닌 감정만으로도 상대에게 전달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됐다. 연기를 언어의 장벽을 넘어 깊은 감정으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언어가 아닌 감정만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느끼는 게 많았던 칸영화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한당'에서 내 역할이 기존에 연기했던 캐릭터보다 좀 더 따뜻하게 비친 것 같다. 연민이 들기도 짠하기도 한 캐릭터인데 앞으로 감독들이 이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로 나를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도 잘할 자신이 있고 만약 그런 캐릭터가 들어온다면 아주, 매우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불한당'에서는 비련의 여주인공 같다는 평도 들었다.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따도남의 변신을 기대해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일인자를 노리는 남자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 이경영 등이 가세했고 '나의 PS 파트너' '청춘 그루브'의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24일 밤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전 세계에 공개됐다.
칸(프랑스)=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