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글러브를 벗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더 던지고 싶지만 더이상 마운드에서 던질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운 모습. "아마 은퇴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다 나와 같을 것 같다"는 넥센의 마정길 신임 불펜코치다.
넥센은 1일 베테랑 불펜투수 마정길의 은퇴소식과 함께 코치로서의 새 인생 출발을 알렸다.
청주기계공고-단국대를 졸업하고 2002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마정길은 2010년 마일영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마정길은 올시즌 7경기에 등판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0.45를 기록했다. 프로통산 575경기에 등판, 26승21패 60홀드 14세이브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마 코치는 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같은 연습복에 모자. 선수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하루만에 자신의 직업은 선수에서 코치로 바뀌었다. "이렇게 많은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한게 500경기 등판 때하고 두번째인것 같다"는 마정길은 가끔 은퇴에대한 아쉬움속에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은퇴를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2군 내려가서 많은 생각을 했다. 2군에서 1군 올라왔을 때 감독님이 등판 기회를 주셨는데 내가 그 기회를 못잡은 것 같다. 거기서 마음도 불편하고. 마운드에 서니까 예전에 던질 때처럼 기분 좋게 즐기고 자신감있게 던져야 하는데 마음들이 무거워서 머릿 속에 생각이 계속 남더라. 의욕은 앞서는데 손끝에서 전달되는 힘이 부족했다. 다시 2군으로 내려간 이후 조금씩 변화가 생긴 것 같다.
-두번째로 2군으로 내려갔을 때 결정은 한건가.
▶마음이 변하더라. 나한테는 슬픈현실이지만. 미래를 택해야할지 선수 생활을 더 해야할지 고민을 했다. 일단 더 하고 싶은 생각은 많았다. 선수는 일단 유니폼 입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 그런 부분이 아무래도 작용. 큰 요인은 없었다.
-가족들의 반응은.
▶와이프에게 코치 제의를 받았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했더니. 결정은 가장인 내가 해야하는 거니까.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따르겠다고 하더라.
-은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나.
▶절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목표는 늘 똑같았다. 마흔살, 마흔한살까지. 그때 목표로 정하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빨리 유니폼을 벗게될 줄은 몰랐다. 기사에서 은퇴라는 단어를 보니까 너무 짠하더라. 내가 유니폼을 벗어서 마운드에서, 손 끝에서 공을 못 던진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글썽거렸다. 지금까지 나한테는 진짜 큰 보물 같은 직업이었다. 이걸 놓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힘들더라. 적응도 안 된다. 힘든 게 사실이다. 어디가 아파서. 부상이 있어서 내려놓는 거와 부상이 없는데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려놓는 거랑 차이가 크다.
-코치님이라는 호칭 어색할 것 같은데.
▶선수들이 마 코치님 그렇게 하길래 내가 아직까진 적응 안되니까, 평소대로 선배님, 형이라고, 하던대로 하자고 했다. 물론 코치님이라는 호칭이 언젠가는 적응될 것이다.
-선수시절 이루지 못한 기록이나 목표가 있나.
▶(조금 생각을 하더니)선발로 나가서 1승이라도 하고 싶었다. 어렸을 때. 선발 딱 1번 나갔다. 그 선발이라는 기회가 쉽지 않더라. 한화에 있을 때 KIA전 때 선발로 나갔다. 2004년인가…. 그때 KIA전에 강하다보니까 감독님이 KIA전에 선발로 한 번 나가라고 하셨다(2004년 7월2일 광주경기. 1⅔이닝 4안타 2홈런 4실점). 지금 생각해보면 꿈만 같았다. 지금도 사실. 미래에 은퇴를 하고, 코치를 하고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도 해본적이 없다. 아직까진 힘이 있고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해. 지금 은퇴하고 코치로 여기 앉아있는게 꿈 속에 있는 거 같다.
-그동안 많은 코치들을 겪었을텐데 롤모델로 삼을 코치가 있었나.
▶사실 잘 안맞았던 코치님도 많았다. 그래도 생각을 해보면 작년까지 고참이나 선수 대우를 해준 건 손 혁 코치님이 가장 많이 남는다. 안 좋은 경기에 나가도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 미안하다는 말이 다른 사람이 보기엔 크지 않지만 나한테는 그 말들이 엄청 크게 다가왔다. 내가 베테랑이지만 신인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추스러줬던 분이 손 혁 코치님이다. 고마움을 느끼고, 나또한 손혁 코치가 있을 때 많은 도움을 드릴려고 했었다.
선수 때는 롤모델은 이강철 코치님이셨다. 한화에 있을 때 이상군 코치님, 한용덕 코치님, 정민철 구대성 선배님들이 있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스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옆에서 잘 보고 배워서 넥센에 와서 후배들에게도 알려줄 수 있었다.
-어떤 코치가 되고 싶나.
▶그런 걸 아직까진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오늘 처음 코치실도 들어갔는데 너무 생각지도 못한 대접을 받으니까 갑갑하더라 아직까진. 선수들이 먼저 다가올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