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작년 이맘때(2016년 6월7일) 22승1무29패였다. 5월을 12승1무12패로 잘 마무리했지만 6월 들어 갑자기 4연패에 빠지며 시름에 잠겼다. 당시 김기태 KIA 감독은 "갈길이 멀지만 아직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했다. KIA구단 사람들은 2016년 KIA의 귀신같은 '5할 본능'을 떠올리며 "그래도 치고 올라갈 것"이라며 낙관론을 끌어다 앉혔다.
결국 KIA는 70승1무73패, 5위로 가을야구 턱걸이를 했다. 1년만에 상전벽해다. KIA는 6일 현재 36승20패로 당당 1위. 2위 NC 다이노스와는 2.5게임 차. 하지만 KIA 안팎에서 감지되는 호들갑은 없다. 정중동 모드다. 이상하게 차분하다. 연승을 달리지만 연패에 빠지기도 하는 등 선두 KIA는 상대를 압도할 무기도 많지만 허술한 측면도 있다.
김기태 감독은 6일 한화 이글스와의 광주경기가 우천 취소되기전 지난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에 의미부여를 했다. 김 감독은 "선발 정용운이 큰 역할을 해줬다. 볼넷을 많이 줬지만 템포로 상대를 요리했다. 그날 경기 승리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향후 시즌을 마쳤을 때 대단한 1승으로 기억될 것이다. 자칫 4연패에 빠졌다면 제법 흔들릴 법 했다"고 말했다. KIA는 4일 경기서 대체선발을 내고도 상대 에이스 윤성환을 무너뜨렸다. 정용운은 이미 1주일 전부터 준비했던 카드였다.
김기태 감독의 이같은 발언 밑바닥엔 미래 대비가 깔려 있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수 없다. 안심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도 해석된다.
KIA의 올시즌 행보는 미스터리한 측면이 많다. 상대팀들은 겉으로 보이는 강함보다 실제 부딪혔을 때 피부로 느껴지는 강함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KIA의 팀타율은 2할8푼4리로 전체 4위다. 팀홈런은 49개로 5위. 하지만 KIA의 방망이 생산성은 득점권 타율에 있다. 3할9리로 전체 1위. 필요할 때 집중하는 힘이 있다.
팀 평균자책점은 4.35로 전체 5위. 고질인 불펜 평균자책점은 6.06으로 전체 9위. 삼성이 6.17로 전체 꼴찌다. 불펜 평균자책점 1위 LG(3.21)와 비교하면 거의 더블스코어다. KIA는 선발 에이스들로 버틴다. 헥터 노에시, 양현종, 팻 딘, 임기영이 건재하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3.55로 전체 2위다. 전체 1위는 LG로 3.42다.
김기태 감독 스스로 "우리가 1위를 달릴 지는 몰랐다"고 말한다. KIA구단 목표도 올해가 우승 방점을 찍는 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좋은 쪽으로 기운이 뻗는다. 악재가 생기면 하늘에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 호재가 이를 덮고, 한명이 지치면 옆의 또 다른 한명이 팀의 바퀴를 굴린다. 광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