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고정 선발 투수들에게 돌아가며 휴식을 주겠다고 했다. 다만, 부상에서 돌아온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가 안정적인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깔린다.
SK는 시즌 초 다이아몬드가 빠진 상황에서 메릴 켈리-윤희상-박종훈-문승원-김주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다이아몬드가 복귀했지만, 다시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후 김주한, 김태훈 등 젊은 투수들이 번갈아 가며 빈자리를 메웠다. 선발 자원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 5월 3일 윤희상을 1군에서 말소했다. 10일 휴식을 주기 위함이었다.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7일 윤희상은 다시 엔트리에서 빠졌다. 힐만 감독은 "재충전을 위한 말소다"라고 했다.
계획된 일이었다. 힐만 감독은 이전부터 "선발진이 중요하다.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휴식을 주면서 체력을 아껴줄 것이다. 한 번씩은 재충전의 시간이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장기 레이스를 치르기 위한 방법이다. 좌완 김태훈은 선발과 구원을 오간다. 다이아몬드의 복귀 후에는 구원 투수로 등판해 1~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윤희상의 등판 차례였던 1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선발로 등판할 예정. 김태훈이 중간, 중간 임시 선발로 나선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다이아몬드의 이닝 소화 능력도 중요하다. 힐만 감독은 "켈리, 다이아몬드와 같은 투수들은 덜 쉬고 나갈 수 있는 유형의 투수들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이아몬드는 7일 인천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했고, 5이닝 6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대량 실점은 아니었지만, 역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올 시즌 최다인 102개의 공을 던진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투구수는 확실히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2선발급 투구는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구위가 좋은 유형의 투수가 아니다. 스스로도 인지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초구 스트라이크가 내 철칙"이라고 말한다. 넥센과의 경기에선 초반부터 많은 공을 던졌다. 넥센 타자들이 끈질기게 다이아몬드의 공을 커트했기 때문이다. 4회에는 그러다 이택근을 볼넷으로 출루시키기도 했다.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1.88(24이닝 5자책점)의 기록. 경기 당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닝 소화 능력에 있어선 물음표가 달려있다.
일단 다이아몬드가 꾸준해야 5선발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 그래야 김태훈이 한 자리 정도를 잠시 메울 수 있다. 두 자리 이상이 구멍 나면 곤란하다. 아울러 다이아몬드가 조금 더 긴 이닝을 던져줘야 선발진도 안정을 찾는다. 아직 박종훈, 문승원 등 선발로 더 안정감을 찾아야 하는 투수들이 있다. 켈리, 윤희상과 함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국내 투수들보다 더 많이 던지고, 좋은 성적을 거둘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그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다이아몬드가 건강하게, 긴 이닝을 던져줘야 힐만의 '선발 휴식' 플랜도 순조롭게 돌아갈 것이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