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타격 달인 이진영도 "대기록 앞두고 힘들었다"

by

"저도 마지막 3개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타격 달인' 이진영(kt 위즈)도 대기록 달성을 앞에 두고서는 가슴이 떨렸다고 한다. 2000개의 안타를 친 '타격 달인'도 '내가 안타를 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을 이루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이진영에게 2017년 6월17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이진영은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개인통산 2000번째 경기에 출전해 2000번째 안타를 때려냈다. 4안타를 치며 개인 안타수를 2002안타로 늘렸다. 프로야구 역대 9번째 2000경기 출전, 그리고 역대 1000번째 2000안타 타자가 됐다.

99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진영. 특유의 찍어치는 타법으로 많은 안타를 생산해내며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칠 타자"라는 극찬을 들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 엄청난 호수비로 '국민 우익수' 별칭을 얻기도 하며 영광의 선수 생활을 했다.

이진영이 은퇴 전 2000안타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이진영도 대기록을 앞에 두고는 살짝 긴장을 했다. 16일 기록 달성 후 연락이 닿은 이진영은 "2000안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안타 3개를 꼽아달라"고 하자 주저없이 "마지막 3개의 안타를 남겨놓고는 정말 힘들더라. 사실 기록에 크게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닌다. 그래서 2000안타 기록이 실감이 안났는데, 3개가 남으니 엄청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이진영은 1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2안타를 치며 1998안타를 채웠다. 그리고 15일 삼성전 한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운명의 16일 한화전. 2루타 2개를 뽑아내며 대기록을 채웠다.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몇 개 안남았으니 곧 치겠지"라고 쉽게 생각하겠지만 선수들은 1개가 남았더라도 '내가 계속 마지막 1개를 못치는 것 아닌가'라는 긴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진영은 대기록을 세웠음에도 웃지 못했다. 이진영은 "팀이 이겼어야 이 기록도 더 의미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kt는 한화와 끝까지 잘 싸웠지만 14대15 1점차로 분패했다. 2000번째 경기, 그리고 홈에서, 그리고 팀이 이기며 2000안타를 쳤다면 모든 게 완벽했을 하루였다.

이진영은 마지막으로 "언제까지 야구를 할 지는 모르겠지만, 2000안타 기록을 세웠으니 앞으로 돌아올 안타 기록은 kt의 팀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안타였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배가 될 수 있도록, 가치있는 안타를 더 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