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일병' 이상수(27·국군체육부대, 세계랭킹 13위)가 8강에서 세계랭킹 6위 미즈타니 준에게 아쉽게 패했다.
이상수는 17일 일본 도쿄에서 펼쳐진 국제탁구연맹(ITTF) 일본오픈 남자단식 8강에서 '일본 톱랭커' 미즈타니에게 풀세트, 듀스 대접전끝에 3대4(6-11, 9-11, 11-4, 11-6, 7-11, 10-12)로 석패했다.
이상수는 '왼손 에이스' 미즈타니와 역대 3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0대4, 1대4, 1대4로 패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팽팽한 명승부였다. 첫 세트를 6-11로 내줬지만 2세트 강력한 서비스로 상대를 압도하며 4-0으로 앞서나갔다.그러나 잇단 범실로 6-6 동점을 허용했다. 지구력, 연결력으로는 세계최고인 미즈타니에게 랠리에서 밀리며 고전했다. 8-8에서 8-9로 역전을 허용한 후 9-11로 2세트도 내줬다.
3세트, 이상수의 닥공이 살아났다. 포기하지 않았다. 패기가 넘쳤다. 6-0까지 앞서나갔다. 이번에 실수하지 않았다. 8-2로 앞서나가더니 결국 11-4로 3세트를 따냈다. 자신감이 붙은 이상수가 미즈타니와의 랠리를 견디기 시작했다. 4세트 네트의 행운까지 따르며 4-1로 앞서나갔다. 4-5까지 추격해왔지만 이상수는 침착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갔다. 지구전과 연결에 강한 미즈타니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오히려 미즈타니가 흔들렸다. 자신있는 파워드라이브로 미즈타니를 압도했다. 11-6으로 이겼다. 3-4세트를 내리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미즈타니가 고개를 갸웃하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5세트, 2-2상황에서 잇단 랠리의 승리자는 이상수였다. 4-2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백전노장 미즈타니 역시 끈질기게 추격했다. 6-6 타이에 이어 6-7 역전을 허용했다. 미들 코스 공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7-8 상황에서 미즈타니가 범실했다.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다시 9-8로 역전했다. 측면 코스를 공략하며 10-8로 앞서더니 랠리에서도 승리했다. 11-8로 5세트를 따냈다.
이겨야 사는 6세트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2-4로 뒤지던 스코어를 이상수가 4-4로 잡아냈다. 5-5, 6-6, 피말리는 동점이 이어졌다. 이상수가 7-6으로 경기를 뒤집자 일본 벤치에서 타임아웃을 외쳤다. 미즈타니가 4포인트를 연거푸 따냈다, 7-11, 세트스코어 3-3, 승부는 최종 7세트로 넘어갔다. 미즈타니가 2포인트를 잇달아 따냈지만 이상수가 3-3으로 따라붙었다. 3-5로 밀렸지만 다시 5-5로 따라붙었다. 일본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속에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7-10의 포인트를 9-10, 10-10까지 따라붙었다. 듀스게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후 2점을 내주며 10-12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비록 석패했지만 이상수는 일본이 자랑하는 톱랭커 미즈타니와 안방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상승세를 입증했다. 직전 뒤셀도르프세계선수권 남자단식에서 장지커, 삼소노프, 웡춘팅을 꺾고 4강에 오른 기세를 일본오픈에서 그대로 이어갔다. 10년만의 동메달 직후 6월 ITTF 세계랭킹이 20위에서 생애 최고인 1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절친 동료이자 후배인 정영식(미래에셋대우, 세계랭킹 15위)을 제치고 '톱랭커'에 등극했다. 일본오픈 16강에서 중국 린가오위안을 꺾은 데 이어 8강에서 미즈타니와 명승부를 펼쳤다. 무기력하게 패하던 이전과는 달랐다.
이번 대회 8강 진출자중 5명이 중국선수(마롱, 팡보, 쉬신, 리앙징쿤, 판젠동), 2명이 일본선수(니와 코키, 미즈타니 준)였다. '톱랭커' 이상수는 유일한 한국선수로 눈부신 경기력을 선보이며 세계무대에 확실한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