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2015년 KBO리그에 데뷔한 켈리는 첫해부터 시즌 11승10패 평균자책점 4.13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181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듬해 9승8패 평균자책점 3.68을 마크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으나, 무려 200⅓이닝을 소화했다. 리그에서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206⅔이닝), 양현종(KIA·200⅓이닝), 켈리만이 200이닝을 돌파한 투수였다. SK는 올해도 켈리와 재계약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확실한 선발 카드이기 때문. 켈리는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추세 속에서도 SK와 상대적으로 적은 85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올 시즌에는 한 단계 더 상장했다. 켈리는 14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3패 평균자책점 3.47(93⅓이닝 36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개인 7연승을 달릴 정도로 승운이 따르고 있다. 99탈삼진은 리그 1위의 기록. 9이닝 당 9.55개의 탈삼진을 뽑아내고 있다. 이 역시 1위다. 지난해 9이닝 당 6.83개의 탈삼진에서 급상승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켈리는 탈삼진 1위를 두고 "삼진을 잡기 위해 노력하거나, 숫자에 신경을 쓰진 않는다"라면서 "내가 가진 걸 다 활용해서 타자를 아웃시키려고 할 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켈리는 "깊게 생각해보면 커터의 발전이 있다. 작년까지는 커터가 나의 보조 구종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큰 무기가 됐다. 작년에 직구와 체인지업이 발전했다면 올해는 커터다. 또 커브를 유인구로 더 많이 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커터는 좌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가기 때문에, 좌타자를 상대로 더 효과가 좋다. 켈리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지난해 2할7푼1리에서 2할3푼6리로 크게 감소했다. 켈리는 "확실히 커터가 영향을 주고 있다. 작년에는 좌타자를 상대로 몸쪽 깊숙히 던지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노력했다. 거기에서 숫자들의 변화가 나타난 것 같다"라고 했다. 아울러 KBO는 올해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적용하고 있다. 켈리는 "확실한 자료가 있지 않다. 그러나 분명 영향은 있는 것 같다. 안 잡아주던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면, 투수가 당연히 유리해진다"라고 말했다.
켈리가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주자가 있을 때의 집중력이다. 켈리는 주자가 없을 때(0.291)에 비해 있을 때(0.235) 피안타율이 훨씬 낮다. 켈리는 "좋은 정보다"라면서 "주자가 나가면, 득점을 못하게 하려고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러다 보니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반면에 주자가 없을 때는 볼 개수를 줄이면서 빠르게 승부하려고 하는 면이 있다. 사실 주자가 1루에 나가는 건 큰 부담이 아니다. 다만, 2,3루에 나가면 단타 하나에 득점이 나올 수 있으니 더 집중한다"라고 했다.
역대 KBO리그에서 한 시즌 200탈삼진 이상을 잡은 투수는 8명에 불과하다. 최근 200탈삼진은 류현진(LA 다저스)이 2012년 한화 이글스 시절에 기록했던 210개. 켈리도 이제 200탈삼진을 향해가고 있다. 그러나 켈리는 "(200탈삼진을)기록하면 정말 좋은 일이다. 그 근처까지 가본 적도 없기 때문에 의미 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선발로 나간 경기에서 팀이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밝혔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