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로 웃었다가 끝나고 울었다.'
VAR(비디오판독시스템) 제도가 본격 도입되고 어느덧 5라운드가 지났다.
지난 1일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부터 선보인 VAR의 위력은 대단했다. 첨단기술의 힘을 빌어 내려지는 엄정한 판정에 희비가 엇갈렸다.
판정에 대한 불만, 논란도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VAR 도입 이후 사이버 공간에서는 판정을 둘러싼 시비와 축구팬들의 댓글 싸움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축구를 즐기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도 기여한 것이다.
이런 순기능 이면에 속앓이를 하는 팀들도 늘어나고 있다. VAR이 정착되면서 이른바 'VAR의 역설' 징크스도 생겼다. VAR 판정 수혜자가 경기 종료 이후 되레 우는 경우가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VAR 판독 결과가 선수들 심리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맹 집계 결과 22라운드까지 VAR로 판정을 내린 경우는 총 12차례. 이 가운데 경기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를 분석한 결과 VAR 판정 당시 득을 봤던 팀이 끝까지 그 유리한 국면을 이어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VAR 1호 사례부터 그랬다. 1일 울산-수원의 18라운드 1-1로 팽팽하던 후반 17분 울산 이종호의 헤딩골이 VAR 판독 결과 무효로 정정됐다. 이전 역습 전개 시작 과정에서 울산 선수의 백태클이 판정 누락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축포를 터뜨렸던 울산은 맥이 빠졌고, 수원은 죽다 살았다. 하지만 울산이 후반 39분 박용우의 결승골을 앞세워 기어이 2대1 역전승을 완성했다.
같은 날 인천-광주전에서도 종료 직전 인천 웨슬리의 헤딩골이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 취소됐다. 이에 앞서 광주는 박동진의 파울에 대한 경고가 퇴장성인지 VAR 판정대에 올랐다가 정당한 판정으로 확인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VAR 수혜자는 광주였지만 0-1 열세를 끝내 뒤집지 못하면서 좋다가 말았다.
2일 서울과 전북 전에서도 전북이 VAR 판독 결과 페널티킥을 얻어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1대2로 패하는 등 VAR 도입 첫 라운드 총 4번의 VAR 판독에서 웃었던 팀이 결과에서는 모두 패했다. 흔히 VAR의 위력은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적인 장면을 잡아내는 것인데, 승패의 명암이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VAR 역설의 백미는 12일 대구와 울산의 20라운드였다. 1-0으로 앞서가던 울산은 중앙 수비 최규백이 VAR 판독 결과 24분 만에 즉시 퇴장된 뒤 곧바로 동점을 허용, 수적 열세에 패색이 짙었지만 3대1로 완승을 거뒀다. 대구는 직전에 치른 인천과의 19라운드에서도 인천 김동석의 VAR 판독 후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0대0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거꾸로 인천도 16일 강원과의 21라운드(1대1 무)서 상대의 VAR 즉시퇴장(강지용)으로 얻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VAR 판독으로 퇴장이 나온 4경기 중 3경기서 퇴장을 유도했던 팀이 승리하지 못했다.
그나마 VAR 수혜자가 승리까지 가져간 경우는 12일 서울-포항전(서울 1대0 승·포항 양동현 PK 무효), 수원-인천전(수원 3대0 승·인천 웨슬리 득점, 한석종 PK 무효), 19일 수원-전남전(수원 4대1 승·전남 송창호 퇴장) 등 3차례에 불과했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대구전의 경우 VAR 판독 결과 최규백이 퇴장당한 것이 남은 선수들이 한팀으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선수는 "VAR 도입 이전에는 애매한 판정에 대한 미련이 남기도 했지만 VAR 도입 이후 판정 시비를 깔끔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잡념 없이 오로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