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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창민이 중거리슛 장인이 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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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K리그 최고의 중거리마스터는 단연 이창민(제주)이다.

19일 전남전에서 터뜨린 두 골은 이창민의 중거리 슈팅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전반 13분 아크 정면에서 수비 한명을 제친 후 도움닫기 없이 때린 슈팅은 빨래줄 같이 뻣어나가며 전남의 골망을 흔들었고, 후반 12분 드리블 하며 깔아찬 슈팅은 이호승 골키퍼의 오른쪽을 통과했다. 궤적과 정확도에 파워까지, 어느 하나 빠짐이 없는 작품이었다. 이날 뿐만이 아니다. 이창민의 강력한 중거리포는 제주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이창민은 매 경기 폭발적인 슈팅으로 제주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조성환 제주 감독도 이창민에게 적극적인 슈팅을 주문하고 있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이창민은 "비결이라고 하기 보다는 운이 좋은 것 같다. 슈팅은 예전부터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운좋게 하나씩 들어가다보니까 자신감이 붙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진짜 비결을 다시 물었다. 이창민은 발목 힘을 꼽았다. 이창민은 "형들이 '무식이'라고 부른다. 무식하게 힘이 세다고 지어준 별명이다. 발목힘이 강해서 슈팅이 강하게 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발목힘이란 대개 타고난 경우가 많다. 이창민도 그런 케이스 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이창민은 "어렸을때 체력도 왜소하고 힘도 약했다. 그래서 웨이트에 집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피지컬적인 부분에 집중을 했다. 프로에 와서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랬더니 슈팅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고 했다. 대포알 슈팅의 가장 큰 비결은 바로 '노력'에 있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중앙 미드필더를 봤던 이창민은 최근 들어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에 성공했다. 그가 과감히 득점을 노리게 된 계기 역시 포지션 변화가 컸다. 이창민도 새 자리가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다. 이창민은 "이제는 더 편하다. 재미가 있다. 즐겁게 뛰고 있다"고 했다. 이창민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후 한층 도전적으로 변했다. 그는 "밑에서 뛸 때는 안정적으로 플레이했다. 하지만 골을 만들기 위해 더 도전적으로 뛰고 있다"고 했다. 공격할때 뿐만이 아니다. 수비시에도 적극적이다. 이창민은 "감독님의 주문도 있지만 내 스타일 자체가 강한 프레싱을 좋아한다. 앞에서 강하게 압박하면 수비가 편해진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했다.

이창민이 안정적으로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데는 '선배' 윤빛가람의 역할도 컸다. 윤빛가람은 이창민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다. 올 여름 제주로 돌아온 윤빛가람은 이창민이 뛰던 중앙 미드필더에 자리잡았다. 이창민은 "빛가람이 형이 볼을 잡으면 내가 어떤 위치로 움직여도 그 쪽으로 볼이 오겠다는 믿음이 있다. 덕분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둘은 단짝이다. 이창민은 "형이 밥도 많이 사준다. 앞에서서는 퉁명 스럽게 이야기 하는데 잘 챙겨주시는 스타일"이라고 웃었다. 제주는 둘의 시너지가 폭발하며 6경기 무패(5승1무)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좋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창민은 이번 신태용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신태용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러 올때마다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했다. 다른 경기들의 활약이 좋았기에 더 아쉬울 법도 했지만 이창민은 덤덤했다. 그는 "아쉽지는 않다. 내 실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감독님이 내 경기를 보시지 못한 것도 다 내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좋은 일일수록 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이창민이다. 올 여름 중동 이적설이 있었지만 좌절된 후에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 미련을 두는 성격이 아니다. 다시 좋은 기회가 찾아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창민은 두 가지 목표를 강조했다. 일단 전북과 우승 경쟁을 해보는게 첫번째 목표다. 제주(승점 47)는 한경기 덜 치른 지금 선두 전북(승점 54)에 7점 뒤진 3위다. 최근의 상승세라면 아직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는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인 2골-3도움을 넘어 4골-3도움을 기록 중인 이창민은 부상 없이 지금과 같은 기세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 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