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인천의 현실은 시즌 초반 강한 의욕과 달리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잔류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K리그 클래식이 두 세상으로 나뉘기까지 6경기가 남았다. 클래식 12개 팀은 33라운드를 치른 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다툴 스플릿 A(1~6위)와 강등 전쟁을 펼칠 스플릿 B(7~12위)로 나뉜다. 인천은 현실적으로 스플릿 B에서 잔류 싸움을 펼쳐야 한다. 21일 현재 5승11무11패(승점 26)를 기록, 스플릿 A의 마지노선인 6위 강원(승점 40·11승7무9패)에 승점 14점차로 뒤져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신호가 감지됐다. 지난 20일 포항에 2대0 완승을 거두면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2연승을 맛봤다. 이 연승 뒤에는 이기형 인천 감독의 역발상이 숨어있었다. 사실 축구가 골을 넣어 이기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패하지 않는 현실과 마주했을 때 대부분의 사령탑들은 먼저 수비를 두텁게 한다. 수비수를 늘려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역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전략을 많이 활용한다.
이 감독도 그랬다. 상대 팀에 따라 다른 전술을 내놓긴 했지만 주로 스리백을 기본으로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폈다. 하지만 지난 포항전은 달랐다. 이 감독은 '안정' 대신 '도전'을 택했다. 이 감독은 "이전에는 수비라인을 내려 실점을 안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도전적이고 압박을 통해 상대를 괴롭힌 뒤 공격을 펼치는 것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포항전에서 모든 선수들은 공격적이었다. 백 패스가 줄었고 전방 패스가 늘었다. 중앙 수비수 채프만부터 공격적인 빌드업을 형성했고 중앙 미드필더 한석종은 상대를 좌우로 흔드는 패스 플레이와 해결 능력으로 팀 공격에 힘을 보탰다.
이 감독의 고민도 약간 해결될 기미도 보인다. 정통파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케빈의 공백을 메울 공격수가 이제서야 나타난 듯하다. 아르헨티나 출신 엔조다. 사실 K리그 감독들은 남미 선수들을 선호하지 않는다. 예민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데려오는 외인은 대부분 즉시전력감인 브라질 출신들이 영입된다. 그러나 엔조의 평가는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첫 선발 출전했던 포항전에서 골은 넣지 못했지만 제공권 장악과 연계 플레이가 파괴력을 높였다. 이 감독도 "엔조가 생각보다 경기를 잘해줬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팀 플레이에 녹아 든다면 향후 기대가 많이 된다"고 강조했다.
인천은 포항전만 같은 경기력을 유지할 경우 충분히 잔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3주의 휴식기는 분명 연승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으로 작용하겠지만 잔류를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긍정 요소로 평가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