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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언'후 밤새 눈물 쏟은 김영권...'신'에게는 우즈벡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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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이란전 직후 예기치 않은 설화에 휩싸였다.

이란전 수비라인의 호흡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관중이 많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끼리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고 무심코 한 말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민폐 관중' '관중 탓' 논란으로 비화됐다. 만족스럽지 못한 이란전 0대0 결과 이후 성난 팬들의 여론은 '캡틴' 김영권의 실언을 용서하지 않았다.

1일 김영권은 축구대표팀 관계자를 통해 '관중탓' 논란으로 비쳐질 수 있는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게 아니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 말을 잘못했다. 매우 후회스럽고 죄송하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사과드린다"고 깊이 고개 숙였다.

김영권은 경기 후 자신의 인터뷰가 논란이 된 것을 뒤늦게 인지하고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비수간에 소통이 잘 안된 이유를 설명하려던 것이었는데, 자책하는 말이 본의 아니게 고마운 관중을 탓하는 말로 와전됐다. 상암벌을 가득 메워준 6만 홈 팬들의 마음에 상처가 됐다는 점, 자신의 평소 진심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실언했다는 점에 괴로워하며 밤새 잠을 설쳤다. 대표팀 관계자는 "한숨도 못자더라.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며 침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에서 본 김영권은 대단히 반듯하고 성실한 선수다. 헌신과 감사를 아는 선수다. 신태용호의 첫 '캡틴' 완장을 찬 이유가 있다. 홍명보호, 슈틸리케호, 신태용호에서 줄곧 중용돼온 이유는 분명하다. 광저우 헝다에서 주전 수비수로 살아남은, 대한민국 센터백의 계보를 잇는 선수다. 무엇보다 러시아월드컵행이 절실한 '선수'다.

선수의 실수와 실언은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지만, 한순간의 실수를 지난 10여 년간 선수의 모든 것으로 판단하고 폄하해서는 안된다. 전쟁같은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의 역사 속에 우리는 몇몇의 훌륭한 감독과 뛰어난 선수, 한국축구의 유망한 자원들을 잃었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 영상'으로 전해지고 '급상승 검색어'로 전해지는 모바일 시대, 아무리 빼어난 선수도 실수하는 순간 온라인에서 '국민 욕받이' '희생양'으로 전락한다. 스포츠에서 때로 정신은 신체를 지배한다.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들도, 지도자도 위축된다.

무엇보다 신태용호의 러시아월드컵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6일 자정, 우즈벡과의 한 경기가 남았다. 러시아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우즈벡을 잡으면 무조건 본선에 진출하지만 비기거나, 질 경우 암담한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모든 실력과 지혜를 모아 하나가 돼야 할 시간이다. 우즈벡전 승리에 있어 김영권-김민재의 수비조합은 절대적이다. 신태용호 소집 후 김영권-김민재의 '센터백 조합'은 줄곧 발을 맞춰왔다. 이란전 0대0 무승부는 아쉽지만, 열흘도 채 안된 수비조합이 피지컬과 역습 능력을 지닌 이란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부분은 인정받아야 한다. 우즈벡전 무실점과 승리 역시 이들의 발끝에 달렸다.

신태용호에는 아직 한 경기가 남았다. 비난은 그때 해도 늦지 않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