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베테랑 포수 이성우(36)가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다.
이성우는 지난 4월 4대4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에서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2005년 육성 선수 신분으로 SK에 입단했지만, 한 번도 1군에서 뛰지 못했다. 정식 선수의 길은 멀기만 했다. 2008년 KIA로 이적해 조금씩 1군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나, 만년 백업 포수였다. 젊은 포수들이 입단하면서 조금씩 자리를 잃어갔다. 다시 트레이드가 됐을 때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트레이드의 핵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SK에서도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제3의 포수'였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백업 포수 이홍구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1군 출전 기회를 얻었다. 6월 15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 1군 등록과 함께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수비가 강점인 이성우는 이날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마다, 상대 도루를 저지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성우은 "팀을 안 옮겼으면 유니폼을 벗었을 텐데, 오래 걸렸다.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 1경기, 1경기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출전 기회가 더 늘어났다. 12일까지 56경기(선발 33경기)를 소화했다. 지난 시즌의 55경기를 넘어섰다. 예상치 못한 결과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수비형 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성우를 중용했다. 이홍구가 복귀한 뒤에도 이성우는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주전 포수 이재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선발 출전 시간을 양분하고 있다.
타율은 2할4푼(96타수 23안타)에 불과하지만, 도루 저지율이 3할6푼8리로 수준급이다. 작전 수행 능력도 돋보인다. 지난 10일 SK 선수 가족들이 야구장에 모인 '패밀리 데이'에선 강공 전환으로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3살짜리 아들 앞에서 '아빠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제 이성우가 없는 SK 포수진은 상상하기 힘들다.
책임감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성우는 "경기를 많이 뛰고 있어 기분이 좋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사실 (이)홍구가 다치고, 2주 정도만 1군에서 뛴다고 생각했다. 백업 역할만 잘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기회가 주어지니 성적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 이성우는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수비밖에 없다"며 웃고는 "KIA에선 리빌딩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갔다. 그런데 여기서 선발로 많이 나가다 보니, 책임감이 생기고 마음 가짐이 달라졌다. 팀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도 컸다"고 했다.
가족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3살짜리 아들 찬휘군이 있고, 11월에는 둘째가 태어난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이성우는 "가족들이 올 때 마다 팀이 이겼다. 야구하는데 큰 원동력이 된다"면서 "끝날 것 같던 야구 인생이 다시 연장됐다. 아들이 하나 더 생기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한다. 남자라면 책임감이다. 가장이기 때문에,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다"고 밝혔다.
어쩌면 이성우의 야구 인생 '2막'은 이제 막 시작된 걸지도 모른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