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라운드가 열린 5일 블루헤런 골프클럽 18번홀(파5). 챔피언 퍼트를 남긴 이승현의 표정은 편안했다. 2위와 8타 차 단독선두. 우승은 이미 확정적이었다.
5m짜리 롱퍼트가 멈출 듯 홀 컵 왼쪽에서 안으로 톡 떨어지자 갤러리의 환호가 쏟아졌다. 9타 차 압도적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챔피언은 "됐다"를 되뇌며 함박 웃음 속에 양 팔로 가을하늘을 품었다. 퍼팅의 달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멋진 버디로 완벽한 우승을 완성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썩 좋은 기억이 없었던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동료들의 축하 세례에 흠뻑 맥주 샤워의 느낌은 우승을 실감케 하는 신선함이었다.
이승현(26)이 압도적 리드 속에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를 품에 안았다. 이승현은 5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5번째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정상에 섰다.
이승현의 독무대였다. 2위 그룹과 9타 차는 지난해 고진영의 6타 차 우승을 훌쩍 넘는 대회 최다타수차 우승. 1라운드부터 나흘 내내 선두를 달린 와이어투와이어의 퍼펙트 우승이었다. 올시즌 첫 승을 화려하게 장식한 이승현은 통산 우승 횟수를 6승으로 늘렸다. 대회 우승 상금 1억6000만원을 더해 상금랭킹도 7위(5억1143만원)로 끌어 올렸다.
'뒷심이 부족하다'는 옛말이었다. 3타차 선두로 출발한 최종 라운드에서 이승현은 2위 그룹과 격차를 점점 더 벌렸다.퍼팅의 달인 답게 중장거리 퍼트가 홀컵 안으로 떨어졌다. 1번홀(파4) 보기로 이날 유일하게 타수를 잃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김민선(22)이 9번홀까지 버디 4개를 잡아내며 2타차까지 바짝 추격했지만 이승현은 13번홀(파4), 14번홀(파4)에서 잇달아 롱퍼팅을 성공시키며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었다.
이승현은 "코스가 어려워서 어디서 실수가 나올지 몰라 끝까지 긴장했다. 이 대회에서 잘했던 기억이 없어, 긴장감과 집중력을 끝까지 가져간 것이 좋은 결과가 된 것 같다. 어려운 코스였지만 공략만 잘하면 머리를 잘 써서 하자고 생각했다"고 우승비결을 설명했다. 또한 "평소 비거리가 좀 짧은 부분이 있었는데 욕심내지 않고 제 거리로 치자고 생각했다. 퍼팅도 잘되고 큰 무리 없이 잘 된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올시즌 대상과 상금왕을 확정한 이정은(21)은 4타를 줄여 공동 2위(5언더파 283타)를 기록했다. 이미 다승왕을 확정한 이정은은 평균타수에서도 2위 고진영과 격차를 벌리며 전관왕을 향해 순항했다.
아마추어 최혜진(18)과 김민선도 공동 2위에 올랐다. 일본 상금왕 김하늘(29)은 2타를 잃었지만 공동 8위(2언더파 286타)로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랭킹 1위가 유력한 박성현(24)은 4라운드 모두 이븐파를 기록하며 합계 288타로 공동 19위, 디펜딩 챔피언 고진영은 공동 48위(8오버파 296타)에 그쳤다.
여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