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손아섭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까.
2017년 11월21일은 롯데에 충격적인 날로 기억될 듯 하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던 포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전격 이적을 결정한 것이다. 2004년 데뷔 후 14년 동안 롯데에서만 뛴, 최고의 스타가 80억원이라는 같은 금액을 두고 팀을 옮긴 것에 대해 팬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팀 내부적으로도 당장 경기 내용을 좌지우지할 주전 포수가 사라지게 됐으니, 어떻게 시즌을 꾸려가야 하나 걱정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롯데는 손아섭이라는 또 다른 거물 FA와의 협상을 아직 끝내지 못했다. 강민호에 이어 '최다안타왕' 손아섭까지 이탈한다면 전력을 떠나 팀 분위기 차원에서도 롯데는 크게 망가질 수 있다.
강민호에게 투자할 80억원이 굳었다. 따라서 롯데가 손아섭 잔류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롯데도 강민호 이적 발표 후 "손아섭과의 계약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도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여러 변수가 많다. 먼저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도전이다. 대형 계약은 어렵지만, 미국에서 아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손아섭은 2년 전 탬퍼링 무응찰 아픔이 있어 메이저리그행에 대한 입장을 매우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지만, 꿈이 이루고픈 마음이 없지 않다. 돈을 떠나, 선수가 도전을 선택한다면 구단도 이를 막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보다 더 큰 문제는 롯데의 기조다. 선수의 최대 가치를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몸값 지급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최근 많은 구단들이 소위 말하는 '거품계약'에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구단이 일찍부터 FA 시장 참전 포기를 선언했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롯데는 강민호 잔류에 최선을 다했다. 80억원이라는 금액도 구단이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고 했다. 4년 전 75억원을 강민호에게 안겼던 롯데인데, 그 때보다 나이가 더 많아진 포수에게 더 많은 돈을 주기로 결정한 건 쉬운 게 아니었다는 뜻이다.
손아섭은 남은 FA 선수 중 최대어로 꼽힌다. 4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원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도 하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갈 수 있다. 지난해 이대호에게 150억원을 안기며 재정적 부담을 안고있는 롯데가 또 비슷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주기는 힘들 수 있다.
손아섭을 데려가고 싶어하는 경쟁팀들이 있다는 것도 롯데를 힘들게 한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공격력 보강에 나선 LG 트윈스가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3의 팀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이 강민호를 데려갈 거라고 예상한 이는 불과 21일 아침만 해도 많지 않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