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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열정부자' 백진희+無악역…'저글러스', 뻔한데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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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월화극 '저글러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저글러스'는 신이 내린 처세술과 친화력으로 프로서포터 인생을 살아온 여자와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철벽형 남자가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관계역전 로맨스 드라마다.

분명 이 드라마는 뻔하다. 가진 거라곤 긍정적인 성격 밖에 없는 여자와 까칠한 남자가 직장에서 만나 연애하는 이야기다.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숱하게 봤던 구조다. 그런데도 묘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저글러스'의 가장 큰 매력은 백진희다.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의 취업준비생 백진희, '기황후'의 표독스러운 악녀 타나실리, '트라이앵글'의 캔디걸 오정희 등 캐릭터마다 놀라운 소화력을 보여줬던 백진희는 '저글러스'에서는 5년차 비서 좌윤이 역을 맡아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서 캐릭터의 활동성을 보여주기 위해 단발머리 변신까지 감행한 그는 물 오른 비주얼과 특유의 통통 튀는 발랄함을 주무기로 극을 이끈다.

5일 방송된 '저글러스'에서는 좌윤이의 험난한 생존기가 그려졌다. 좌윤이는 보스 봉상무의 내연녀로 오해받아 대기발령 상태가 됐다. 그러다 구사일생으로 남치원(최다니엘)의 비서로 발령 받았다. 가까스로 생존에 성공한 좌윤이는 열정에 가득차 오지랖을 떨었다. "이왕 하는 일 100에 1을 더해야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다"며 남치원이 시키지 않은 회의 관련 서류를 준비했다. 남치원이 자신이 준비한 서류를 두고 회의에 들어가자 구두까지 벗고 계단을 뛰어 올라 회의실에 달려갔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남치원의 사무실문을 노크하고 주변 탐문 조사를 하며 새 보스의 니즈를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좌윤이의 과다 열정은 독이 됐다. 남치원은 시종일관 미소 짓는 좌윤이의 표정부터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 좌윤이는 "제 업무는 상무님에 대해 잘 알아야만 할 수 있다. 그냥 앉아만 있으라는 얘기냐. 화병에 꽃혀 있는 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남치원은 좌윤이에게 부서이동을 요구했다. 이에 좌윤이는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좌윤이 캐릭터의 오지랖을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열정 오지라퍼' 좌윤이의 고군분투에 크게 웃으며 공감하는 분위기다. 갑자기 달라진 직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빨리 인정받는 게 필수이고,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오버했던 경험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거절당하자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좌윤이의 모습은 시청자를 안쓰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백진희 외에도 '저글러스'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넘쳐난다. 군 제대 이후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돌아온 최다니엘은 특유의 까칠한 냉미남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소 직설적이고 거칠긴 하지만, 그가 쏟아내는 팩트 폭격은 보는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인교진은 얄밉살스러운 코믹 연기로 극에 감칠맛을 더하고, 강혜정과 이원근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악역이 없다는 것도 '저글러스'의 큰 매력이다. 최근 장르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시청자들은 절대 악역과 선한 주인공 캐릭터 간의 피 튀기는 복수전을 지켜봤다. 핏빛 복수전이 거듭되며 그만큼 피로도가 쌓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글러스'에는 딱히 눈에 띄는 악역은 없다. 악역도, 피 비린내 나는 전쟁도 없으니 드라마를 보며 더이상 긴장하고 마음 졸일 일도 없다. 이에 시청자들은 '저글러스'가 전해주는 소소한 웃음을 만끽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저글러스'만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이에 '저글러스'는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다. 5일 방송된 '저글러스'는 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4일 방송분(5.6%)보다 1.4%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의문의 일승' 7,8회는 6.6%, 7.5%, MBC '투깝스'는 6.3%, 7.3%의 시청률을 보였다. 경쟁작과의 격차가 1% 포인트도 되지 않아 얼마든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과연 '저글러스'는 뻔하지만 끌리는 묘한 매력을 앞세워 월화극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까. 작품은 매주 월,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