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어도, 이렇게까지 난항이 펼쳐질 줄은 몰랐다.
KIA 타이거즈와 FA 김주찬(37)의 재계약 협상 이야기다. 해를 넘기고서도 아직 서로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재계약'이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양측은 여전히 조건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사실상 KIA는 마지막 제안을 넣은 상황이다. 김주찬의 나이와 몸상태를 감안해 계약 기간을 '2+1년'으로 제시했다. 팀의 우승에 기여한 점과 그의 잠재 가치를 반영해 총액은 팀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맞췄다.
하지만 이 제안에 관해 김주찬과 그의 에이전트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KIA가 김주찬에게 계약 조건을 전달한 것은 새해 업무가 시작된 직후. 지난 4일 경이다. 이후 일주일 가량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주찬이 계속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전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 시절 구단에 끌려가지 않고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관철해 내 '협상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주찬다운 모습이다.
일단 이런 모습이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사실상 프로 경력의 마지막 FA 기회다. 이제 은퇴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 좀 더 유리한 계약 조건을 이끌어내려는 건 프로 선수의 속성상 당연한 일이다. 김주찬에게는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시할 권리가 있다. KIA 역시도 김주찬이 여전히 효용가치가 있기 때문에 끝까지 그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다. 가치가 없다면 진작에 판을 치우고도 남았다.
하지만 아무리 김주찬의 가치가 크다고 해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곧 새 시즌을 위한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KIA는 31일 스프링캠프 장소인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다. 그렇다고 해서 31일 이전까지만 계약하면 된다는 건 아니다. 비록 올해부터 FA 계약 마감일(종전 1월15일) 제도가 폐지돼 언제든 FA 계약을 맺을 순 있다. 그러나 선수 개인의 컨디션 조절과 시즌 준비, 그리고 팀워크 등을 감안하면 늦을수록 모두에게 손해다.
정상적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계약이 완료되는 게 바람직하다. 만에 하나 이때까지도 이렇다 할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KIA로서도 조심스레 '플랜B'에 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김주찬의 계약이 스프링캠프 시작 때까지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의 빈자리를 대신해 줄 후보군을 추려 캠프에 데려가야만 한다. 최악의 경우까지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김주찬의 역할을 100% 대신해줄 선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선에서 그 역할을 해줄 후보는 있다. 일단 경험이 많은 서동욱과 유망주 최원준이 주요 후보군이다. 팬들의 실망을 많이 사긴 했어도 김주형도 후보로 쳐줄 수 있다. 또 현재 소속팀이 없는 정성훈의 영입도 고려해볼만 한 카드다. 김주찬과의 재계약이 선결 과제이긴 하지만, 이제는 KIA도 좀 더 비판적인 관점에서 현실을 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