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는 명실상부 위협적인 '언더독'이다. 지난해 막바지 경쟁에서 밀려 7위에 그쳤지만, 팀 전력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스토브리그에서 전력 보강을 상당히 이끌어냈다. 특급 외국인 투수로 기대되는 에스밀 로저스에 이어 강력한 홈런왕 후보인 박병호까지 미국에서 돌아와 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돌풍의 주역으로 기대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특히 4, 5선발 윤곽이 뚜렷지 않다. 1~3선발은 로저스와 제이크 브리검, 최원태로 확정적인데 반해 뒤를 받칠 선발에는 물음표가 달렸다. 그런 면에서 볼때 우완 사이드암스로 투수 신재영에게 눈길이 쏠린다. 신재영이 2016년의 모습을 회복해 적어도 10승만 해준다면 넥센이 5강권에 안착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숨겨진 열쇠'라고 볼 수 있다.
신재영은 2016년 넥센에 혜성처럼 나타난 투수다. 대전 토박이지만, 대전고-단국대를 거친 아마추어 때는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연고 구단 한화 이글스에 지명받지 못했다. 2012년에 8라운드로 간신히 NC 다이노스에 지명된 신재영은 이듬해인 2013년 4월 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넥센에 온 신재영은 2016년에 잠재력을 활짝 피워냈다. 당시 넥센 염경엽 감독의 눈에 들어 시범경기부터 꾸준히 선발로 나서더니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붙박이 선발을 꿰찼다. 결국 30경기에 나와 168⅔이닝을 소화한 끝에 15승7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해 늦깎이 신인왕에 오른다. 그리고 연봉이 무려 307.4%나 오른다. 당시 팀 역대 최고 인상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신재영은 무척이나 부진했다. 붙박이 선발을 놓치고 불펜까지 오간 끝에 34경기에 나와 6승7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54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이런 신재영에 대해 '소포모어 징크스'에 걸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재영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비록 2016년이 풀타임 1군 첫 시즌이었긴 해도 이미 프로 타이틀을 단지 4년차였기 때문이다. 신재영은 "잘 하려는 마음이 앞서 오히려 좋은 점을 놓쳤다"며 지난해를 돌아보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신재영은 한층 더 성장했다. 목표도 단순해졌다. '풀타임 선발 복귀'다. 이 목표가 이뤄진다면 넥센 역시 한층 수월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다. 보통 4~5선발이 나오면 상대는 전략적으로 1~3선발을 맞춰내곤 한다. 그러나 이런 매치에서 신재영이 이겨낸다면 어떤 팀을 만나든 3연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게 된다. 결국 4선발이 유력한 신재영이 '10승'을 거둔다는 건 넥센의 시즌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고 있다는 의미고, 이는 순위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과연 신재영은 다시 풀타임 선발로 1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을까. 그의 활약에 따라 넥센의 위치가 좌우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