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이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시즌 화두로 떠올랐다.
시즌 개막부터 30일까지 치러진 LCK 49경기 중 40분이 넘는 경기가 21경기에 달하며, 'SK텔레콤 T1'과 '진에어 그린윙즈'의 경기는 무려 94분 40초로 세계 LoL 프로경기 사상 최장시간을 기록했다.
라이엇게임즈(이하 라이엇)는 평균 경기 시간과 관련해 30~35분이 가장 이상적인 구도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30일 기준) LCK 평균 경기 시간은 약 41분이다. 라이엇의 이상과는 꽤나 괴리감이 있다. 경기 시간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초시계'다. 초시계는 '존야의 모래시계'와 '수호천사', '가고일 돌갑옷'의 하위템이다. 액티브 효과는 2.5초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대신 공격도 받지 않는 무적 상태가 되는 것으로 '존야의 모래시계'와 같다.
문제는 초시계의 효율이다. 가격이 600골드로 굉장히 저렴할 뿐만 아니라, 액티브 효과는 프로 단계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일회성 아이템이지만 위협적인 상황을 한 번 넘긴다는 것은 단순히 1킬을 내주지 않았다는 것 이상의 효과를 제공한다. 그 결과 유리한 팀 입장에서 스노우볼을 굴릴 여지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영감' 룬에서 '완벽한 타이밍' 특성을 선택하면 '초시계 키트'를 무료로 획득할 수 있다. 이렇게 획득한 초시계는 경기 시작 6분 후 초시계로 바뀌며, 상위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했을 때 해당 아이템 재사용 대기시간이 15% 감소한다. 효율과 범용성이 뛰어나다 보니 초시계 연관 룬특성은 선수들의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선택받고 있다.
암살자 챔피언 역시 초시계의 영향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암살자 챔피언이 6레벨에 궁극기를 배운 후 킬로 스노우볼을 굴리지만 초시계로 인해 성공가능성이 굉장히 낮아졌고 자연스럽게 비주류 픽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주류 챔피언들이 버티기에 능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데 한몫 하고 있다. 대세 픽으로 평가받는 '아지르', '말자하', '바루스', '시비르' 등은 거의 모든 LCK 경기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안정성이다. 프로의 목적은 승리다. 그렇기에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는 리스크 있는 픽보다 후반을 바라볼 수 있는 픽이 선호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해당 챔피언들의 라인 클리어 능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대형 오브젝트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에는 '내셔남작'과 '장로드래곤'이란 대형 오브젝트가 있다. 내셔남작 버프는 '공격력과 주문력 상승', '귀환 시간 감소'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미니언 강화'다. 미니언의 이동속도와 공격력, 포탑에 가하는 대미지 등이 증가해 공성과 스플릿 푸시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대세 챔피언들의 라인 클리어 능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장로드래곤이 제공하는 전투 관련 버프 역시 라인 클리어가 빠르게 이뤄지고 대규모 교전을 열 수 없어 결과적으로 활용도가 낮아지고 있다.
물론 장기전이 무조건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손에 땀을 쥐는 승부 끝에 대역전승으로 짜릿함을 전달하는 등 장기전의 매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프로선수들이나 각 구단 관계자를 비롯해 팬들 역시 지금 메타는 문제가 있다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그동안 LOL 프로리그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발 빠르게 대처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최근 8.2 패치로 교전 없는 바텀 라인을 만드는 데 일조한 '고대 유물 방패'의 효과를 너프한 만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조치 역시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인사이트 김동준 기자 kimdj@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