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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인사이드]쫄지 않는 '막내온탑', 한국 쇼트트랙의 비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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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들이 쫄지 않는 것은 우리의 큰 무기가 될 것 같아요."

'맏언니' 김아랑은 요즘 막내들이 제일 무섭다. 김예진(19) 이유빈(17), 두 고등학생 막내들은 훈련 도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 언니들 말이라면 깜빡 죽던 과거와는 많이 다른 풍경이다. '맏형' 곽윤기는 남자팀의 분위기메이커다. 임효준(22) 서이라(19) 등 막내들의 짓궂은 장난도 서슴없이 받아준다. 그래서인지 훈련 도중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조용히 훈련에만 집중했던 과거와는 다른 풍경이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결전지인 강릉에서 첫 훈련을 진행했다. 한국 남녀 쇼트트랙대표팀은 6일 오전 강릉영동대에서 첫 공식훈련을 치렀다. 지난해 11월 말 이후 진천선수촌에서 맹훈련을 이어온 선수단은 5일 강릉선수촌에 입촌했다. 당초 5일 오후 6시로 예정됐던 올림픽 첫 공식훈련을 취소하고, 휴식을 치르며 선수촌 적응에 나선 대표팀은 6일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계주에 초점을 맞춰 50여분간 진행된 첫 훈련은 컨디션과 호흡을 점검하는데 주력했다.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쇼트트랙 대표팀은 매 올림픽 마다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한다'는 숨막히는 부담 속에 지내왔다. 선수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인터뷰도 경직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쇼트트랙 대표팀은 다르다. 더 자유로워지고, 더 여유로워졌다. 훈련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인터뷰 때도 자신감이 넘쳤다. 중심에는 '기죽지 않는' 막내들의 '깡'이 있었다.

'할 말 하는 막내' 김예진과 이유빈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은 세계 최강 여자 대표팀을 업그레이드시킨 원동력이다. 김선태 총감독은 "언니들이 쫄 정도"라고 웃었다. '세계 최강' 최민정 심석희 틈바구니 속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후배들은 팀의 큰 힘이 된다. 김아랑은 "팀이 잘 돌아가려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야 한다. 예전과 다르게 더 소통이 잘된다. 막내들이 쫄지 않는 것은 팀의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웃었다.

물론 김아랑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덧 여자 대표팀 최고참이 된 김아랑은 "예전에는 언니들을 따라 다니면 됐는데 지금은 이끌어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의 롤모델은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맏언니였던 조해리. 김아랑은 "해리 언니에게 지금도 자주 물어보며 배운다. 소치때 경험을 살려 후배들에게 그때 경험을 전해주려고 한다. 올림픽이 얼마나 큰 무대인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고 신경써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며 "후회가 남지 않는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나, 동생들 모두 준비한 것을 다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4년 전 노(No)골드의 충격에 빠졌던 남자 대표팀을 변화시킨 힘도 자신감 넘치는 막내들이다. 곽윤기를 제외하고 올림픽 경험이 없는 신예들로 꾸려진 대표팀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세는 남다르다. "준비는 끝났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 임효준-서이라는 긴장감 대신 여유를 보였다. 임효준은 "강릉에 오니까 올림픽이 실감이 난다. 유스올림픽을 뛰어봤는데 그때 분위기와 비슷해서 크게 긴장은 안된다. 잘 준비해서 첫 경기에 좋은 성적을 내 계주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이라도 "생각보다 긴장은 안된다. 두번 오지 않을 축제인 만큼, 그 축제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곽윤기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남자 대표팀은 웃으며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4년 전 선배들의 수모는 가슴 깊이 '독'으로 간직하고 있다. 임효준은 "분위기가 좋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다 좋아져서 우리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실수 없으면 좋을 것"이라고, 서이라도 "소치 때 부진해서 각오가 남다르다. 일 한번 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막내온탑' 쇼트트랙 대표팀의 질주가 시작됐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