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말씀은 없으셨어요. 더 공격적으로 자신있게 지금처럼만 하자고 하셨어요."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은 15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체코와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1대2로 석패했다.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의 표본이었다.
경기 후 백지선 감독의 '원팀 지론'도 있었다. 백지선호 수비수 이돈구는 16일 강릉하키센터 연습경기장에서 진행된 공식 훈련 후 믹스트존에서 "감독님께서 잘 했다고 해주셨다"며 "패한 것에 대해서 다른 말씀은 없었다. 다만 더 공격적으로 자신있게 지금처럼만 하자고 하셨다"고 했다.
'강호' 체코에 물러서지 않고 당당한 경기를 펼친 선수들을 위해 백 감독은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통상 경기 후 우수 선수 한명이 헬멧에 자신의 사인을 쓴다. 아이스하키의 전통이다. 하지만 백 감독은 체코전에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헬멧 사인을 허락했다. 대상자는 우수 선수 1명이 아닌 선수단 전원.
이돈구는 "원래 우수 선수 1명이 헬멧에 사인을 하고 또 다음 경기 우수 선수를 지명해서 사인을 하도록 헬멧을 넘기는 릴레이 방식인데, 체코전 끝나고 나서 감독님께서 모든 선수들이 돌아가며 다 사인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고 했다.
백 감독의 배려에 선수단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돈구는 "올림픽 전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대패했던 것도 있고 주변에서 대표팀 기량에 대한 우려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지금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분위기도 좋다"며 "채널원컵도 그렇고 체코전에서도 우리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17일 오후 4시40분 강릉하키센터에서 스위스와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른다. 스위스는 세계랭킹 7위다. 한국은 21위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돈구는 "기대가 된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스위스는 체코와는 다른 스타일이다. 더 조직적이고 스케이팅을 많이 타면서 강하게 압박을 하는 유형"이라며 "아직 스위스 전력 분석을 하진 않았지만, 경기 전까지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경기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코전을 잘 했다곤 해도 패한 건 패한 것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 우리보다 수준 높은 팀들을 상대로 이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