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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함덕주의 2018년, 불펜 스타트도 아쉽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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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째 허약한 '허리'를 보강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지난 해 5선발로 9승8패-평균자책점 3.67로 준수한 시즌을 보냈던 좌완 함덕주(두산 베어스)가 다시 불펜으로 복귀한다.

그렇게 찾기 힘들다는 좌완 선발, 그것도 10승이 가능한 투수를 찾아놓고도 불펜으로 다시 보내야하는 김태형 감독도 내심 좋을 리 없다.

하지만 고심 끝에 나온 결정이다. 6선발 체제까지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불펜이 눈에 밟혔다. 김강률과 함께 가장 믿을만한 함덕주가 불펜을 든든히 지켜주는 수밖에 없었다.

선발이나 불펜, 어느 보직에서나 제 몫을 해줬던 본인 탓이기도 했다. 함덕주는 지난 시즌 선발로 24경기에 등판해 7승8패-4.15를 기록했고 불펜에서는 11경기에서 2승무패2홀드-0.50으로 '언터처블' 면모를 과시했다.

불펜으로 보직이 정해졌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중간에서 잘하면 되죠. 선발을 꼭 해야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물론 컨디션 관리가 용이한 면이 있지만 그건 감독님이 결정하는 거잖아요. 중간에 가서도 더 자신있게 할 수 있어요."

사실 지난 해 한국시리즈 말미에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던 함덕주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합류해서는 실망스런 성적을 거뒀다. "솔직히 APBC때도 스스로 힘들디는 생각은 안했어요. 하지만 저도 모르게 힘들었었나봐요. 제가 생각한 것만큼 안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올해는 체력 훈련을 열심히 했다. "체력 위주의 연습을 많이 했어요. 작년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겠죠. 올해는 초반부터 잘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해에는 후반에 와서 괜찮았거든요. 초반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힘이 많이 들어갔어요. 올해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될 것 같아요. 더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지난 해 후반기만큼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후반기 그의 성적은 6승1패2홀드-2.91이다.

물론 아직은 완벽히 몸상태를 만들지 못했다. "작년 후반기에 좋다보니 올해 시작할 때는 처음부터 다시 몸을 만드는 느낌이 있어서 혼자 불안해했어요. 지난 해 좋았던 느낌이 아직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만들어가고 있으니 지금은 많이 괜찮아 졌어요. 실전에 뛰면 좀 더 좋아지겠죠."

함덕주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지난해 이 체인지업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포크볼 같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처음 배울 때 체인지업이라고 배워서요.(웃음) 좋다고 해서 그런지 계속 체인지업만 던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다른 것 위주로 던져보고 있어요. 체인지업에 너무 맛들이면 직구 구속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체인지업이 없이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타자에게 위력을 떨쳤던 체인지업이다. "원래 좌타자에게는 잘 안통하더라고요. 이번 캠프에서도 좌타자에게 던져봤는데 결과가 안좋아요. (오)재일이형에게 만루홈런 맞았어요. 왼손타자들에게는 딱 치기 좋게 들어온다더라고요. 캠프에서 좌타자에게 딱 하나 던졌는데 맞았어요. 이제 좌타자들에게는 안던질거에요."

95년생 우리나이로 24세, 말 그대로 '영건'이지만 생각이나 투구는 30대 전성기를 누리는 투수들 못지 않다. 올해 두산 불펜이 든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도 함덕주 때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