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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항 겪는 제주, '부실한 보강'이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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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강 없는 빅클럽은 없다.

2017년 제주의 기세는 대단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국내 구단 중 유일하게 16강에 올랐다. 함께 나섰던 서울, 수원, 울산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제주는 2017년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1강' 전북을 위협했다. 2위로 리그를 마쳤다. 제주는 팀 창단 이래 최초로 2시즌 연속 ACL에 진출하는 역사를 세웠다. '적장' 최강희 전북 감독은 "시즌 초·중반 분위기만 보면 제주도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제주는 그 정도로 강한 팀이었다.

이에 안승희 제주 사장은 K리그1 우승을 올시즌 목표로 세웠다. 최정상 등극을 위해 안 사장은 "빅클럽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 행보는 전혀 달랐다. 신인선수와 브라질 출신 공격수 찌아구, 호벨손 영입이 전부였다. 안 사장은 "지난해 겨울 다수의 선수를 영입했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은 알지만, 이번엔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브라질 선수 2명에 신인선수들도 수급했다"고 덧붙였다.

현실은 안 사장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달랐다. 제주는 올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레소 오사카(일본)와의 2018년 ACL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0대1로 패했다. 부리람(태국)과의 2차전에선 2대0 승리를 거뒀지만 6일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3차전 원정경기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3대5 역전패. 전반에 2골을 먼저 넣고 승기를 잡았지만, 뒷심이 딸렸다. 전반 막판 1골을 내주더니 후반에만 굴라트에게 4골을 얻어맞았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력 자체가 우려스럽다. 특유의 세밀한 플레이는 물론, 조성환 감독 체제에서 뿌리내리던 위협적인 역습도 실종됐다. 지난 1일 서울과의 2018년 K리그1 1라운드 홈개막전(0대0 무)에서도 제주의 경기력은 매우 답답했다. 광저우전에서 참패를 당하며 조 감독의 전술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게 아니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부실한 전력 보강으로 인한 스쿼드 자체의 한계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K리그의 한 지도자는 "지난해 제주가 참 무서웠는데 지금은 아니다. 전력 보강이 안 됐다. 윙백, 미드필더, 공격수에 걸쳐 수준급 선수를 채워야 했는데 전혀 손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선수 2명을 데려왔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잘 되면 좋지만 리스크가 있다"며 "우승을 논하려면 확실히 검증된 실력파 한국 선수들도 영입해야 했다. 많이도 필요 없다. 1~2명 정도만 채웠어도 제주가 초반부터 힘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제주의 전술은 지난 시즌과 올해 크게 다르지 않다. 스리백이다. 하지만 내용과 결과는 정반대. 제주는 지난해 2월 22일 장쑤 쑤닝(중국)과의 ACL 조별리그 첫 경기서 0대1로 패했지만 감바 오사카(일본)전에서 4대1 완승을 거뒀다. 이어진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에서 인천, 울산을 각각 1대0, 3대0으로 제압했다. 이후 에들레이드(호주) 원정에서 3대3으로 비겼던 제주는 돌아오자 마자 전남을 2대0으로 잡았다. 알찬 보강이 있었기에 내용과 결과 모두 챙길 수 있었다.

제주는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박진포 조용형 김원일 이찬동 이창근 진성욱 등 알토란 같은 선수들을 손에 넣었다. 여름엔 윤빛가람 류승우를 영입했다.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말 계약 만료를 앞둔 '준우승 사령탑' 조 감독과의 연장 계약도 막판에 가서야 하더니 선수 영입도 부실했다.

이미 많은 선수를 영입했기에 올해는 조직력을 다져야 한다고 했던 안 사장. 하지만 빅클럽으로 도약하기엔 겨우내 채워지지 않은 빈 자리가 컸다. 제주 소속의 한 선수는 광저우전 이후 이렇게 말했다. "나간 선수는 있는데 보강이 안 됐다. K리그와 ACL에서 우리 전력은 이미 다 파악됐다. 감독님도 선수들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를 쓰는데 솔직히 이대로라면 걱정이 많이 된다. 작년과 올해 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안 사장은 지난해 2월 제주 단장으로 첫 부임을 했다. 올해 사장이 되면서 구단 총 책임자로 팀을 이끈다. 현장의 숱한 우려에도 제주는 남은 이적시장은 물론, 오는 여름에도 전력 보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복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