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탈리티스타디움(영국 본머스)=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손흥민으로 시작해 손흥민으로 끝났다. 11일 오후(영국 런던) 영국 본머스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의 주연은 손흥민이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 토트넘 버스가 도착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필두로 토트넘 선수단이 한 명씩 내렸다. 선수들 모습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 크기가 인기의 척도였다. 손흥민이 나오자 큰 환호성이 나왔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인 해리 케인과 버금가는 인기였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본머스가 발행한 이날 경기 프로그램 북에도 손흥민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한국의 떠오르는 손(영어로 떠오르는 태양(Sun)을 손흥민의 성으로 치환한 언어유희)'라는 제목의 심층 분석 기사였다. 손흥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예상이 총망라됐다.
그 사이 선발 명단이 나왔다. 손흥민은 당당히 선발에 이름을 올렸다. 주변 기자들은 "역시 라멜라가 아닌 손이 뛰어야 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가 시작됐다. 홈팀 본머스가 기세를 올렸다. 전반 7분 스타니슬라스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토트넘은 고전했다. 여기에 악재가 겹쳤다. 전반 28분 해리 케인이 오른발목을 다쳤다. 케인은 경기를 포기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분수령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고심했다. 결론을 내렸다.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었다. 에릭 라멜라를 투입했다.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렸다. 지난 시즌에도 많이 썼던 모습이었다. 당시에도 케인이 다쳤을 때 손흥민 원톱 카드를 꺼내들어 재미를 봤다.
원톱 손흥민은 또 달랐다. 케인은 최전방에서의 볼키핑이 좋았다. 볼을 잡은 뒤 좌우로 내주거나, 직접 해결하는 스타일이었다. 손흥민은 부단히 움직였다. 상대 뒷공간을 계속 파고들었다. 수비수들이 손흥민을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 그 뒤에 공간이 생겼다. 2선 공격수들은 이 공간에 들어와 공격을 풀어나갔다. 전반 35분 델레 알리의 동점골도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2선에서 오는 패스를 그대로 다이렉트 패스로 돌렸다. 세르지 오리에가 볼을 잡아 크로스를 올렸다. 쇄도하던 알리가 해결했다.
후반 17분 손흥민은 역전골을 넣었다. 감각적인 발리슈팅이었다. 원정 응원을 온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손흥민의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나이스원 소니! 나이스원 손!" 토트넘 팬들은 1월 손흥민 응원가를 만들었다. 그동안은 많이 부르지 않았다. 이날이 기점이었다. 손흥민 응원가 데뷔전이었다. 후반 42분 손흥민은 한 골을 더 넣었다. 팬들은 '나이스원 소니'를 더 크게 불렀다. 본머스 팬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다.
경기가 끝났다. 4대1. 토트넘의 완승이었다. 토트넘은 3위로 올라갔다
TV카메라는 손흥민을 따라가며 화면에 담았다. 팬들은 계속 손흥민 응원가를 불렀다. 손흥민은 경기장 위 모든 선수들과 악수와 포옹을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 이곳의 중심도 손흥민이었다. 이미 손흥민은 TV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모니터에 손흥민의 얼굴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신문 기자 등을 위한 믹스트존은 따로 있었다. 영국 현지 기자들은 대부분 손흥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 기자는 "손흥민은 박지성 이후 EPL에서 가장 유명한 아시아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이 나왔다. 본머스 담당기자들은 수비수들을 붙잡고 손흥민의 플레이에 대해 물어봤다. 토트넘 담당기자들 역시 다른 선수들과 인터뷰하다가도 손흥민에 대한 질문을 빼먹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손흥민이 등장했다. 영국 기자들이 우루루 몰려갔다. 질문과 답이 오갔다. 미디어 담당관이 질문의 갯수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다. 현지 취재진 인터뷰가 끝나고 따로 만났다. 손흥민은 여전히 겸손했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7골을 몰아쳤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비결은 따로 없다. 경기장에서 나가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선수들을 도와주고 열심히 하다보니까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쳤다. 기사 작성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잠시 영국 사이트에 접속했다. 다들 손흥민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극찬 뿐이었다. 손흥민을 위한 완벽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