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벼랑 끝이었다.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 롯데 자이언츠는 '배수의 진'을 쳤다. 개막전부터 7연패. 지난해 가을야구에 이어 올 시즌에도 4강 후보로 꼽히는 롯데의 부진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하루 전엔 불상사도 있었다. 31일 NC전이 끝난 뒤 한 관중이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이대호에게 치킨 박스를 던졌다. 등에 오물을 맞은 이대호는 힐끗 돌아본 뒤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일이 커지진 않았다. 해당 관중이 100% 잘못한 일이지만, 선수단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조원우 롯데 감독이 나섰다. 1일 경기 전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승리'에만 집중하자는 의지였다. 이날 출전한 선발 브룩스 레일리를 비롯해 롯데 선수단의 표정은 결연했다.
롯데의 간절함에도 '승리의 여신'은 쉽게 미소를 띄우지 않았다. 4회까지 NC 선발 최금강을 공략하지 못했다. 레일리가 위기 속에서도 호투를 펼치며 분전했으나 롯데의 방망이는 좀처럼 터지질 못했다. 0-1로 뒤진 5회말 손아섭의 적시타에 힘입어 동점을 만들었으나, 전준우 이대호가 범타로 물러나면서 역전에 닿질 못했다. 이어진 6회 친정나들이를 앞두고 칼을 간 NC 최준석에게 적시타로 연결되는 2루타를 얻어 맞으면서 그대로 승부는 끝나는 듯 했다.
이날 만큼은 무기력한 롯데가 아니었다. 1-2로 뒤진 8회말 2사후 '역전극장'이 시작됐다. 주인공은 '고졸 루키' 한동희였다. 앤디 번즈가 NC 김진성에게 2루타를 뽑아냈고, 한동희가 우측 담장을 때리는 적시 3루타를 때렸다. 2-2 동점. 이어진 3루에서 8번 신본기가 구원 등판한 임창민으로부터 2루타를 뽑아내면서 사직구장을 광란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조 감독은 9회초 곧바로 '수호신' 손승락을 마운드에 올렸고, 손승락은 권희동 이종욱 강진성을 깔끔하게 잡아내면서 7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내용에선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다. 롯데 타선은 NC 투수진에 눌려 힘을 쓰지 못했고 찬스에서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5회 1루 주자 신본기가 김사훈의 중전안타 때 오버런하면서 3루에서 태그 아웃되는 등 어설픈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막판 집중력을 발휘해 시즌 첫승을 신고할 수 있었다.
롯데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