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주말 '개점휴업' 했다. 1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KIA 타이거즈전이 우천 취소된데 이어 이튿날인 15일에는 '미세먼지'라는 불청객 탓에 덕아웃에 푼 짐을 다시 꾸려야 했다. '야구장 봄 나들이'를 고대했던 팬들 만큼 롯데 선수단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KIA전을 앞두고 있던 롯데는 자신감에 충만했다. 10일부터 13일까지 치른 4경기서 거둔 성적은 3승1패.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만들어냈던 롯데는 13일 KIA전에서도 드라마틱한 뒤집기쇼를 펼치며 최근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타선 폭발 속에 홀로 침묵하던 이대호도 13일 3타점을 몰아치면서 상승세에 동참했다.
기록에서 상승세는 완연했다. 4경기서 롯데 타선은 팀 타율 3할2푼9리를 기록하며 같은기간 10팀 중 1위였다. 불펜 역시 4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2.50으로 두산 베어스와 공동 2위를 마크했다. 순위 상으로는 꼴찌였지만 투-타 양면에서 밸런스가 완벽하게 잡힌 시기였다. 반면 KIA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스윕을 당한데 이어 롯데에게 역전패까지 내주는 동안 팀 타율은 2할3리, 평균자책점은 9.00. 롯데의 아쉬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두 경기를 건너뛰면서 3일 간 휴식을 취한 뒤 안방인 사직구장으로 돌아온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주중 3연전을 치른다. 지난해까지 주전 안방마님이었던 강민호의 시즌 첫 사직 방문이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승부다.
과연 롯데는 KIA전에서 풀어내지 못한 상승세를 보여줄 수 있을까. '개점휴업' 여파가 어느 정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선발 로테이션상 삼성과의 3연전 첫 경기 선발은 브룩 레일리에게 돌아간다. 레일리는 지난 8일 LG전을 마치고 14일 KIA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14일에 이어 15일에도 몸을 풀다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레일리는 최근 두 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롯데 투수 중 그나마 안정감을 보여준 선수로 꼽힌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구위도 좋아졌다. 하지만 예정보다 휴식이 길어져 컨디션 조절 사이클이 뒤엉킨 것이 걸린다. 타선 역시 '감'을 찾을 지가 관건이다. 넥센과의 3연전에서 살아났던 롯데 선수들의 타격감은 KIA전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사흘 간의 휴식, 짧지만 섬세하게 '감'을 유지해야 하는 선수들에겐 독이 될 수 있다. 가까스로 타격감을 끌어올린 시점에서 긴장감이 풀어진 것은 악재로 볼 만하다. 다만 지난 주 상승세를 계기로 선수단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찾은 점은 이런 투-타의 불안요소를 덮을 수 있는 요소다.
여전히 갈 길이 먼 롯데다. 이틀 동안 쌓지 못한 승수를 안방에서 거둬들여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