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의 투구가 위안이 됐다."
이제 겨우 1군에서 1이닝을 소화했을 뿐이다. 기대를 걸기에는 모든 게 이른 시점. 그래도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또 이렇게 가능성 있는 뉴 페이스가 자꾸 등장해야 팀에 활력이 생긴다. 올해 한화 이글스 신인 우완투수 김진욱의 등장은 그래서 반갑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전날 경기를 복귀했다. 선발 배영수의 실패에 따른 패배가 못내 아쉬운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감독은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고 했다. 바로 전날 경기 9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신인 투수 김진욱의 호투였다.
한 감독은 "어제 졌지만, 그래도 김진욱의 투구가 위안이 됐다. 생각보다 많이 좋았다"고 말했다. 물론 1이닝을 잘 던졌다고 김진욱이 당장 붙박이 1군 불펜이 된다는 건 아니다. 한 감독은 "주자가 있을 때 어떤 투구를 할 지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아직 확신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김진욱은 2018 신인드래프트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수원 유신고를 졸업한 김진욱은 10라운드 전체 94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사실상 프로행 막차를 탄 셈이다. 1m76, 79㎏의 작은 체구에 고교 때는 구속이 140㎞ 초반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대부분 프로 스카우트들은 이런 김진욱이 프로 무대에서 경쟁력을 지니기 어렵다고 봤다. 김진욱도 "프로에 갈 실력이 아니었는데도 한화가 뽑아줘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해서 1군에 올라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김진욱이 캐치볼을 할 때 밸런스나 손목 사용법이 좋은 점을 보고 그를 스프링캠프에 데려갔다. 이게 좋은 기회였다. 이어 시즌 개막 후 2군에서 정민태 투수코치와 함께 투구 폼을 약간 수정한 것도 변화의 포인트였다. 그러자 최고구속이 150㎞ 늘어나며 경쟁력이 생겼다. 그 덕분에 1군 무대에도 예상보다 빨리 올라올 수 있었다. 1군 등록 첫 날인 20일 넥센전에서 최고 151㎞(전광판 기준, 중계방송 147㎞)를 기록하며 1이닝을 잘 막아 일단 첫 관문은 통과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훨씬 멀고 험할 게 분명하다. 넥센의 세 타자를 잘 잡았지만, 그걸로는 성공을 말하기 이르다. 김진욱은 "이대호 선배님과 맞붙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대호 뿐만 아니라 다른 괴력의 1군 타자들과 만났을 때도 20일 넥센전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이 현실이 된다면 그때는 확실히 "10라운더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문장을 붙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