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던져보면서 스스로 깨닫기를 바랐다."
현재 퓨처스리그에 머물고 있는 NC 다이노스 투수 원종현의 정확한 보직은 무엇일까. 데뷔 후 줄곧 맡아온 중간계투일까, 아니면 새로운 선발 요원일까. 4월 중순이었다면 무의미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원종현은 불펜 요원이다. 2014년 NC에서 불펜 요원으로 1군에 데뷔해 총 205경기에 나설 동안 선발로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겼다. 지난 4월25일 NC 김경문 감독은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깜짝 발표'를 했다. 당시 김 감독은 "원종현이 2군에서 선발로 나와 3이닝을 던졌는데, 다음에는 좀 더 길게 던지라고 했다"면서 "우리로선 선발을 준비시켜야 한다. 원종현도 준비중 하나"라고 말해 원종현의 '선발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원종현은 퓨처스리그에서 한 번 더 선발로 나오며 총 두 차례 선발 경험을 했다. 4월25일 두산 2군을 상대로 3이닝 2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그리고 4월29일 경찰청전 2⅓이닝 8안타(1홈런) 1사구 1탈삼진 5실점(4자책)이 두 차례 기록이다. 과연 원종현은 이대로 계속 선발 전환 수업을 쌓게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종현의 '선발 전환'은 실현되지 않을 듯 하다. 사실 김 감독이 퓨처스리그에서 원종현에게 선발로 나가라고 지시한 것은 본격적으로 선발 전환에 대비하라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이와 관련한 진짜 속내를 밝혔다.
김 감독은 "2군 선발 등판을 통해 스스로 느끼기를 바랐다. 선발로 나가면 공을 많이 던져야 한다. 그러면 중간계투 때처럼 100%로 계속 던질 수 없다. 힘으로만 타자를 잡는 게 아니라 때로는 힘을 빼고 던져 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길 바랐다. 때로 강한 타자에게는 강하게 맞붙어야 하지만, 맞혀 잡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김 감독은 올해 1군에서 부진했던 필승계투 원종현이 자신의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2군에서 선발 등판을 지시했던 것이다.
원종현은 올해 상당히 부진했다. 암 투병을 이겨내며 불굴의 상징이었던 원종현은 150㎞가 넘는 강속구를 앞세운 NC의 대표적 필승요원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군 10경기에 나와 1패1세이브2홀드에 평균자책점 12.15로 너무 부진했다. 결국 4월15일자로 2군에 내려갔다.
이런 원종현에게 김 감독은 그 만의 방식으로 숙제를 내줬다. 퓨처스리그에서 중간계투로 가끔 나와 던지는 것으로는 문제점을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한 경기에 많은 공을 던지는 선발로 나가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 김 감독은 "선발로 나가 많이 던졌으니 휴식을 준 뒤에 다음주 쯤 1군에 부를 생각"이라고 했다. 물론 '선발 원종현'이 아닌 '필승조 원종현'으로 컴백할 듯 하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