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맷 달튼과 파워플레이에 달려 있다.
'꿈의 무대'에 나선 백지선호가 기적에 도전한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4일(이하 한국시각) 덴마크에서 막을 올리는 2018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에 나선다.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년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리그)에서 2위에 오르며 기적과 같은 승격에 성공한 백지선호는 '꿈의 무대'에서 이변을 노리고 있다.
백지선호의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다.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 16개국은 A, B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최하위 팀은 디비전1 그룹A로 강등된다. 한국은 캐나다(1위), 핀란드(4위), 미국(6위), 독일(7위), 노르웨이(9위), 라트비아(13위), 덴마크(14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쉬운 미션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그야말로 기적이 필요하다. IIHF가 현재와 같은 형태의 승강제를 확정한 2012년 이후 2부리그에서 승격한 팀이 월드챔피언십에서 살아남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스타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평창올림픽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인 캐나다, 미국, 핀란드는 당대 최고의 선수인 코너 맥데이빗(캐나다), 올 시즌 최고 연봉자 패트릭 케인(미국), 올 시즌 84포인트를 올린 미코 란타넨(핀란드) 등을 선발하는 등 이번 대회에 많은 공을 들였다. 평창올림픽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NHL 선수들이 빠진 체코, 스위스, 캐나다, 핀란드에게 모두 패한 백지선호는 더욱 어려운 상대와 일전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이 만만히 볼 상대는 한팀도 없다.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승점 6점이다. 현재 포맷이 정착된 2012년 이후 승점 6점을 올린 팀이 강등된 예는 단 한번도 없었다. 일단 캐나다, 핀란드, 미국은 우리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다. 승부에 '절대'는 없지만 NHL의 스타가 가세된 이 세 팀은 우리 팀 전력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독일과 라트비아도 쉬운 상대가 아니다.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차지한 독일은 지난해에도 월드챔피언십 8강에 오른 강팀이고, 라트비아는 1997년부터 1부리그에서 한번도 내려간 적이 없는 생존의 달인이다.
결국 운명은 노르웨이, 덴마크와의 6 ,7차전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은 우리가 여러차례 격돌한 경험이 있다. 한국은 덴마크를 상대로 2017년 유로챌린지에서 4대2로 한차례 승리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NHL 출신의 매츠 주카렐로와 패트릭 토레센이 합류한 노르웨이는 우리가 약한 끈끈한 스타일의 경기를 펼치고, 예상보다 NHL 선수들이 많이 합류하지 않은 덴마크는 홈 이점을 갖고 있다. 그나마 해볼만한 상대라는 이야기지, 기본 전력은 우리보다 몇수 위다.
기적을 위해서는 일단 달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한국이 평창올림픽에서 선전한 것은 달튼의 선방쇼가 결정적이었다. 우리가 올 시즌 1부리그에 속한 팀간 치른 14번의 경기에서 21골을 넣었다. 경기당 1골이 채 안된다. 승리를 위해서는 상대 공격을 1골 이내로 묶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비진의 강한 포어체킹도 중요하지만, 그나마 세계 수준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달튼이 얼마나 막아주느냐가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다. 득점에서는 파워플레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상대보다 수적 우위에 있는 파워플레이는 한국이 노려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찬스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파워플레이 찬스를 단 한번도 살리지 못했다. 일반적인 평균 성공률(20%)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15% 정도는 살려야 승리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백지선호는 기적을 위해 착실히 준비를 하고 있다. 23일 출국해 결전지 입성에 앞서 슬로바키아에 훈련을 진행했다. 슬로바키아(1대2 패), 독일(3대4 패)과의 평가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이변 연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5일 핀란드와 1차전을 치른다. 어차피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잔류하지 못한다고 해도 실패는 아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준비한만큼 최선을 다하면 된다.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쏟아부을 때 기적이 찾아온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