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도 안됐는데 벌써 지친 것인가.
시즌 초 잘 나가던 LG 트윈스 불펜이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다. LG는 지난 4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게임에서 불펜진이 무너지는 바람에 8대11로 패했다. 초반부터 난타전이 이어지던 경기는 LG가 2회말 두산 선발 유희관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하면서 6회까지 7-5의 리드를 잡았지만, 7회말 김지용이 양의지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는 등 믿었던 불펜진이 5실점하면서 역전을 허용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초반 난조를 극복하고 6이닝 동안 8안타 5실점으로 던진 선발 김대현의 역투가 빛을 잃었다.
지난달 29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벌써 5연패 늪에 빠졌다. 8연승의 신바람을 내던 LG가 이처럼 롤러코스터 행보를 하게 된 이유는 불펜진 난조 때문이다. 연패 기간 동안 선발패가 2개, 구원패가 3개였다. 그만큼 경기 후반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김지용이 이 기간 2패를 당했고, 1⅓이닝 동안 6실점했다. 좌완 불펜인 진해수는 3경기에서 2이닝 3실점, 최성훈도 3경기에서 1⅔이닝 2실점, 마무리 정찬헌은 2경기에서 1이닝 2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주요 불펜투수들의 연패 기간 평균자책점은 모두 10점대 이상이다. 지난 1주일간 성적이기는 하지만, 급격한 '몰락'이라 아니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3-2로 앞선 9회말 정찬헌이 3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2실점하며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기록했다. 당시 선발 헨리 소사는 8이닝 동안 6안타 2실점으로 빛나는 투구를 했음에도 또다시 선발승을 따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샀다. 3일 한화전에서는 3-3 동점이던 7회말 진해수 이동현이 난타를 당하면서 선발 임찬규가 남겨놓은 주자 등 4실점해 3대7로 패하고 말았다.
LG 불펜은 그 이전 10개팀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4월 28일까지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68로 1위였다. 선발이 3.69로 2위, 불펜이 3.67로 1위였다. 하지만 이날 현재 팀 평균자책점은 4.20으로 크게 나빠지면서 2위가 됐고, 선발은 3.94로 1위지만 구원은 4.68로 치솟으며 3위로 떨어졌다.
류중일 감독의 고민도 갑자기 깊어지고 있다.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롭게 가세할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 말고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사실 없다. 벌써 지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LG 불펜투수들은 제구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운데로 몰리거나 높은 코스로 들어가는 공이 많아 상대 타자의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김지용이 양의지에게 얻어맞은 역전 3점포는 바깥쪽으로 밋밋하게 흐르는 141㎞짜리 직구였다. 정찬헌도 직구 구속은 147㎞까지 나오고 있지만 공끝에 힘이 떨어지고, 포크볼 등 변화구 제구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LG는 올시즌 선발투수들의 이닝 소화능력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 시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펜진 부담이 감소했다. 이날 현재 선발진이 198⅔이닝을 던졌고, 불펜진이 107⅔이닝을 소화했다. 선발진 투구이닝은 넥센 히어로즈(209⅔)에 이어 2위인 반면, 불펜진은 KIA 타이거즈(96⅓이닝) 다음으로 적다. 불펜진이 벌써 지쳤을 리는 없을 것이란 뜻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