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기다림은 과연 값진 결실로 맺어지게 될까. 이제는 어느 덧 10년차 중견선수가 된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장영석(28)이 초반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커리어하이 시즌을 향해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장영석은 지난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때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최근 장영석은 출전 기회를 많이 얻고 있다. 서건창-박병호의 부상 이탈에 이어 주전 3루수인 김민성도 파울 타구에 맞은 발뒤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최근 4경기 연속 선발제외된 덕분이다. 1루와 3루, 코너 내야에 빈자리가 생긴 덕분에 장영석의 기회가 늘었다. 장영석은 두 위치 모두 무난하게 커버할 수 있다.
그런데 장영석에 대한 진짜 기대가치는 수비보다는 공격에 더 맞춰져 있다. 장영석은 재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한 시즌 20홈런 이상 쳐줄 수 있는 타자다. 지난해 백업으로 불과 60경기에 나와 186타수만에 12홈런을 날린 게 이를 증명한다. 들쭉날쭉한 백업 선수의 출전 기회 속에서 타격감 유지가 쉽지 않았지만, 장영석은 끝까지 이를 악물고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세웠다.
이런 기록 덕분에 올해 장영석에 대한 넥센 코칭스태프의 기대감도 상승했다. 시즌 초반부터 심심치 않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더나 박병호 서건창의 부상 이탈 뒤에는 선발 출전도 늘어났다. 그러나 장영석은 시즌 초반 이런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정확도가 크게 떨어져버렸다. 한때 타율이 1할대에 머무르는 바람에 넥센 팬들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이런 장영석에게 출전기회를 주는 장정석 감독까지도 함께 비난받았다.
하지만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2009년 2차1번)인데다 팀 사정상 꼭 필요한 코너 내야 수비가 다 되고, 게다가 장타력까지 지닌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감독은 없다. 다만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은 기다려줘야 한다. 비주전급 선수에게 처음부터 잘 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다행히 장영석은 이제 서서히 타격의 안정궤도에 접근한 듯 하다. 최근 5경기에서 타율이 무려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나 된다. 같은 기간 OPS도 1.350에 달했다.
지난 주까지 1할대 타율에 허덕일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고정 출전이 늘어난 덕분에 자신감이 커졌고, 이게 정확성의 향상으로 이어진 결과다. 기본적인 파워가 있는 선수라 정확도의 향상은 자연스럽게 장타의 증가로까지 이어진다. 최근 5경기에서 장영석은 홈런 2개와 2루타 4개를 날렸다. 타점도 5개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4일 수원 KT전에서는 5타수 4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10년만에 처음으로 '한 경기 4안타'를 경험했다. 이날 만큼은 잠재력이 시원하게 터져나왔다.
물론 이날 활약이 장영석의 평균치라고 할 순 없다. '어떤 좋은 날'에 이뤄낸 기적 같은 성취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에 준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여준다면 그만큼 기회는 더 늘어날 게 확실하다. 장영석이 가야할 길은 아직 더 남았다. 최근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즌 타율이 2할1푼7리에 불과하다. 적어도 2할대 후반까지는 끌어올리는 게 선결과제다. 최근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 하다. 그는 지금 '커리어 하이'를 꿈꾸며 달려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