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기준 27승28패, 승률 4할9푼1리. KBO리그 전체 6위.
딱히 못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잘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애매하다. 넥센 히어로즈의 성적이다. 중위권 팀의 모습이다.
하지만 올 시즌 이 팀에 벌어진 일들을 차례로 감안해보면 이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 지 새삼 알 수 있다. 그 많은 악재를 겪으면서도 하위권으로 추락하지 않은 점만 해도 대단한 노릇이다. 이장석 전 대표의 유죄 판결과 구속, 메인스폰서십과의 갈등, 주전 선수들의 계속된 부상, 박동원-조상우의 성폭행 혐의 사건, 그리고 지난해 벌어진 뒷돈 트레이드 발각 건까지. 상대팀과 싸우기도 바쁜 마당에 히어로즈 선수들은 엉뚱한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집중력이나 투지, 그리고 경기력이 기본적인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장정석 감독 또한 그 자신이 구단의 문제에 관계돼 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도 꽤 뚝심 있게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2년차 감독으로서 최대 주전 선수 6명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데도 별다른 동요 없이 대체 선수들을 잘 활용해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는 인정받을 만 하다. 농담 삼아 지금 히어로즈 선수나 감독의 멘탈(정신력)은 거의 '아다만티움(마블 코믹스 세계 속, 최강의 강도를 지닌 금속)'급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사실 지금 히어로즈 선수들은 상당히 지쳐있는 게 사실이다. 아무리 강철보다 강한 정신력과 투지가 있다고 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구단과 관련한 나쁜 소식이 쏟아져 나오면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이다. 또한 주전 선수들 부상 이후 팀을 받쳐온 젊은 선수들, 김규민이나 임병욱 김혜성 김재현 송성문 등은 풀타임 경험이 대부분 없다. 게다가 이들은 의욕이 강해 매 경기마다 베스트 전력을 쏟아내곤 한다. 장 감독이 적절히 교체를 해주지만, 쌓이는 피로는 어쩔 수 없다.
지난 29일 광주 KIA전에서도 히어로즈 선수들은 각자 할 수 있는 베스트를 보여줬다.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에 저런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경탄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그 데미지가 적지 않았다. 김규민 김하성 임병욱 등이 경기 도중 다리 등에 통증이 생겨 교체됐다. 큰 부상까지는 아니지만, 우려되는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절박한 심정으로 온몸을 내던진 결과다. 적어도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만큼은 지금 아낌없는 성원의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