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KEY 매치업]아자르-토레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by

9900만파운드(약 1445억원) 대 58만5000파운드(약 8억5400만원). 유럽의 이적시장 전문 매체인 트랜스퍼마켓에 적힌 두 선수의 몸값이다.

말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에당 아자르(벨기에)는 유소년부터 알아주던 유망주였다. 20대부터 빅클럽의 주목을 받았고, 천문학적인 이적료로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아자르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 중 하나다. 반면 로만 토레스(파나마)는 유럽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 파나마를 대표하는 수비수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없다.

대조적인 길을 걸은 두 선수가 한 무대에 선다. '우승후보' 벨기에와 '기적의 러시아행'을 이룬 파나마가 19일 오전 0시 러시아 소치 피스트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공통분모는 '국민영웅'

아자르는 '스타군단' 벨기에의 확실한 에이스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10번 유니폼을 받았다. 왼쪽 윙포워드에 자리한 아자르는 벨기에의 공격첨병이다. 최고스타인 아자르를 향한 벨기에 국민의 기대는 설명이 필요없다. 이번 월드컵을 향한 아자르의 각오는 남다르다. 아자르는 "벨기에는 정상급 스쿼드를 꾸렸다. 우리 동료들은 위대한 클럽에서 플레이를 했고, 좋은 시즌을 보냈다. 우리는 러시아에서 위대한 결실을 원한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암흑기를 거친 벨기에는 유소년 육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지금의 황금세대다.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벨기에는 8강에 그쳤다. 이번 월드컵은 이 황금세대가 전성기로 치르는 마지막 월드컵이다. 아자르는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가장 빛날 때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최고 레벨에 도달했다. 벨기에는 우승을 목표로 러시아에 간다"고 했다.

토레스는 파나마 축구를 지켰다. 그는 변방 파나마 선수 중 가장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콜롬비아 명문 AT나시오날을 거쳐, 최근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시애틀 사운더스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토레스는 지난해 10월 기적을 썼다. 북중미 예선, 파나마가 본선에 가기 위해서는 홈에서 코스타리카를 꺾고, 미국이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패해야 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미국을 상대로 2-0 리드를 잡았지만, 정작 파나마는 전반까지 코스타리카에 0-1로 뒤지고 있었다. 후반 17분 기브리엘 토레스가 동점골을 넣었지만, 어느덧 시간은 후반 40분을 넘어섰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42분 토레스가 기적 같은 득점에 성공했고, 파나마는 사상 첫 월드컵행에 성공했다. 파나마 전체에 임시공휴일이 선포될 정도로, 온 나라가 환희에 빠진 가운데 토레스는 단숨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승부에 절대는 없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벨기에가 절대우세다. 벨기에는 프랑스, 브라질 못지 않은 스쿼드를 자랑한다. 아자르 외에도 로멜루 루카쿠, 케빈 더 브라이너, 티보 쿠르투아 등 빅클럽에서 뛰는 스타들이 즐비하다. 트랜스퍼마켓이 공개한 이번 월드컵 몸값 총액에서도 6억7860만파운드(약 9907억원)로 전체 6위에 올랐다. 반면 파나마는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 몸값 총액도 740만파운드(약 108억원)로 이번 대회 참가국 32개국 중 최하위다. 벨기에 선수 한명 몸값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승부에 절대는 없다. 이번 대회 초반, 수비가 강한 팀들의 행보가 돋보이고 있다. 이란도, 호주도, 이집트도, 아이슬란드도 그랬다. 파나마가 북중미 예선에서 보여준 선수비 후역습 전략이 잘 통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벨기에는 현재 '중원의 핵' 더 브라이너가 자신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의 전략에 불만을 드러내는 등 팀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일단 선제 조건은 토레스가 아자르의 드리블을 막는 것이다. 토레스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 그만큼 파워가 좋지만, 느리다는 뜻도 된다. 번개같은 드리블링을 자랑하는 아자르를 막기 쉽지 않다. 그래도 막아야 한다. 그래야 이변도 노려볼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