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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나쁜' 세리머니에 그라운드가 얼룩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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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네덜란드의 1994년 미국월드컵 8강전. 브라질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18분 베베투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득점포를 가동한 베베투는 동료들과 함께 두 팔로 아기를 안고 흔드는 듯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이틀 전 태어난 아기에게 바치는 깜짝 선물이었다. 보는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훈훈한 장면이었다. 골 세리머니는 축구를 보는 또 다른 묘미다. 하지만 훈훈한 세리머니만 있는 건 아니다. 논란과 오해의 여지를 남기는 세리머니도 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역시 각종 논란의 세리머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나쁜' 세리머니가 속출하고 있다.

독일축구협회는 26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디어 담당관과 대표팀 담당 직원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한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벤치에 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가 있다. 문제는 24일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둘은 후반 추가시간 토니 크로스의 역전골이 나온 직후 상대 벤치를 향해 얼굴을 문지르는 등 과도한 세리머니를 했다. 스웨덴 감독은 "결승골이 나왔을 때 독일 벤치의 몇 명이 우리 쪽으로 넘어와 얼굴을 문지르는 듯한 행동을 했다. 매우 불쾌했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당시 상황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제르단 샤키리(스위스)는 '쌍두 독수리' 세리머니로 징계를 받았다. 그는 23일 세르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두 손을 겹쳐 '쌍두 독수리' 모양을 만들고 질주했다. 코소보에서 태어나 스위스에 이민 온 샤키리는 알바니아계 혈통이다. '쌍두 독수리'는 알바니아 국기 문양이다.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대립 중이다. 세르비아의 일부였던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 반군이 독립을 요구하며 학살이 벌어졌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샤키리는 벌금 징계를 받았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멕시코 관중은 독일과의 1차전에서 독일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가 골킥을 할 때마다 '푸토(Puto)'를 외쳤다. 스페인어 사전을 찾아보면 푸토는 불쾌하다는 뜻이지만, 중남미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동성애를 혐오하는 구호로 분류된다. 결국 FIFA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아르헨티나의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는 한국인 팬을 향한 인종차별 비하 행동으로 한바탕 논란을 일으켰다. 그것도 모자라 27일 열린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최종전에서는 상대 관중을 향해 손가락욕으로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이 장면은 방송 중계화면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유를 불문하고 그라운드에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세리머니는 자제돼야 한다, 세계가 하나되는 최고의 스포츠 축제 월드컵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때문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