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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눈높이 달라진 한화야구 기대도 비난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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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며 팬들의 눈높이도 달라지고 있다. 10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던 한화지만 5월부터 본격적인 반란을 시작, 6월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보름 넘게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을야구만 했으면...'이라는 간절함을 넘어 더 큰 꿈을 꾸는 것은 당연지사.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정중동이다. 4월이나 5월, 6월, 7월 목표는 같다. 한 감독은 "7월에도 5할 승률로 버텨나갈 작정이다. 우리가 전력이 월등하지 않다. 선발진도 그렇고, 타선 라인업도 내세울 정도는 아니다. 김태균 양성우가 합류해 완전체에 가까운 타선이 만들어졌지만 목표를 바꾼다고 해서 결과도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예전보다 라인업 짜기가 좀더 편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밀고온 '믿음의 야구', '뚝심의 야구' 기조는 변함이 없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에 대한 한 감독의 마음도 변함이 없다. 가을야구를 향해 순위다툼 중이지만 팀의 미래에 대한 투자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한 감독은 "하주석은 우리 팀 미래가 맞다. 지금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수비에서의 역할도 크다"며 "지금으로선 하주석을 2군에 내리지 않을 것이다. 부상만 아니라면 1군에 데리고 있으면서 컨디션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주석은 올시즌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 넉 달째 이어지는 부진은 슬럼프라 말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올시즌 타율 2할2푼1리,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팀내 최하위, 리그에서는 두산 오재일(0.215)에 이어 뒤에서 두번째다. 하주석은 한화팬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가진 재능, 지난 2년간 받아왔던 사랑(유니폼 판매 1위)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팀의 가을야구 도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번지며 2군행 요구 수위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한 감독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아직도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본다. 감독대행 시절(2012년) 봤을 때보다 지금 더 좋아졌다. 그때는 변화구를 전혀 못 쳤다"고 했다.

한 감독은 "상황이 급변하면 다른 결정(하주석의 2군행)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어떤 비난이 쏟아져도 내가 감내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향후 한화 내야의 체질개선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한 감독은 소통을 중시하는 지도자다. 누구보다 하주석에 대한 무한 신뢰가 가져올 작용과 반작용을 알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다소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다. 무턱대고 하주석을 내린 뒤 내야 수비불안이 발생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수 있다. 확실한 대안이 있다면 벌써 바꿨겠지만 정근우가 후반기 복귀하기전까지는 현재 틀을 크게 흔들기는 쉽지 않다. 지금으로선 하주석이 살아나 사령탑에 믿음에 보답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한화의 올시즌을 '기적 행보'로 규정하는 이유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가 2위팀에 걸맞은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키버스 샘슨과 제라드 호잉, 두명의 좋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그 나물에 그 밥'. 특히 리그 1위 철벽 불펜진 전원은 지난해에도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선수들이다. 박종훈 단장은 한용덕 감독의 공을 크다고 말한다. 조율과 배치로 팀을 변화시켰다.

석달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위 기대가 커졌다는 것과 다소 여유가 생긴 승패 마진이다. 4일 복귀한 김태균과 양성우는 도합 7타수 무안타, 각각 두 차례씩의 득점권 기회를 날렸다. 한화는 4-0 리드에서 4-6으로 역전패, 2연패에 빠졌다. 온라인에선 둘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부침이 있을 때마다 '만년 하위권 트라우마'가 생채기를 더 키운다. 한 감독이 홀로 짊어진 멍에가 만만치 않다.



광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