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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그후]'쇼트트랙 퀸' 심석희 "4년 뒤에도 실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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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요? 나이만 계산해 봤을 때는 괜찮을 것 같은데···."

'쇼트트랙 퀸' 심석희(22·한체대)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유니폼과 고글을 벗으니 드러나는 해맑은 미소. 밝고 희망 찬 대학생의 일상적 모습이다. 빙판 위 카리스마는 오간데 없다. 20대 청춘의 싱그러움, 그 자체다. 사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친 심석희의 생활은 평범한 다른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험 성적에 고민하고, 가끔은 친구들과 축구 보러 다니는 일상의 연속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7년째 달고 있는 태극마크의 무게다. 2012년 중학생 신분으로 처음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심석희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대표팀 들어가기가 올림픽 메달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대한민국 쇼트트랙이지만, 심석희는 줄곧 '에이스' 자리를 굳게 지켰다.

무수한 금메달이 이를 입증한다. 심석희는 2013~2014시즌 세계선수권 우승을 비롯해 올림픽에서도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출전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3000m 계주 금메달을 비롯,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2월 평창 대회에서도 3000m 계주 금메달을 거머쥐며 환하게 웃었다.

이른 나이에 세계 쇼트트랙 무대를 평정한 심석희. 하지만 그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올림픽 후에도 하루도 빠짐 없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큰 대회를 마친 뒤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에게 '훈련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어렵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치렀잖아요. 메달 여부를 떠나서 많이 지치게 돼요. 오랜 시간 준비한 에너지를 모두 쏟아냈으니까요. 그러나 훈련은 쉴 수 없어요. 비시즌에도 꾸준하게 훈련을 이어왔어요."

안방에서 펼쳐진 올림픽,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하지만, 지나친 부담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었다. 특히 이미 이룰 걸 다 이룬 '에이스' 심석희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주위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잘 해야 본전'의 상황,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심석희는 그 부담감 마저도 잘 이겨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팬들의 함성을 떠올리며 자기와의 싸움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대회였잖아요. 게다가 저는 강릉 출신이라 고향에서 경기를 하니까 뭔가 특별하더라고요. 팬들의 응원이 더 익숙하게 느껴져서 편안하게 경기를 치렀던 것 같아요."

열렬한 응원 속에 그는 대한민국에 소중한 금메달을 안기며 또 한 번 정상에 섰다. 두 번의 올림픽을 모두 금빛으로 장식한 심석희. 그는 또 한번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있다. 목표 상실의 늪을 피해 4년 후 열릴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3연속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지금은 (다음을 위한) 휴식 시간이에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온 힘을 쏟아낸 뒤에는 잘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몸도 마음도 회복해야 더욱 강해질 수 있거든요. 나이로만 따지면 4년 뒤 베이징 대회도 가능하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베이징에 가려면 그만큼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거든요. 실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죠."

정상은 오르기 보다 지키기가 어렵다고 했던가. 이십대 초반 대학생인 심석희는 일찌감치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알기에 오늘의 그의 도전은 금빛 메달보다 반짝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