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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눈]김학범호의 조직적 완성도, 우승을 쟁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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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승리를 만들었다.

한국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 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연장 접전 끝에 2대1로 꺾었다. 아시안게임 2연속 우승과 더불어 최다 우승(5회)이라는 기록까지 달성했다. 한국은 패스하고 끊임없이 서포트하기 위해 움직였다. 수비 상황에서는 빈 공간을 커버하며 동료를 도왔다. 조직적 완성도를 볼 수 있었다. 금메달만큼 값진 성과였다. 박경훈 교수와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은 결승전에서 한국이 보여준 오프 더 볼 움직임에 대해서 분석했다.

한국은 예선 2경기를 치르면서, 스리백 시스템에 문제를 느끼고 과감히 포백으로 전환했다. 이후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예선 3차전부터 일본과의 결승까지 모두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럼에도 수비 조직이 흔들리자 중원에서부터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며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결국 거듭된 시도 끝에 지난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공수에 걸친 밸런스를 잡아냈다. 이날도 대표팀의 경기 운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큰 틀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었다.

이진현이 중앙 수비수 사이로 들어가며 빌드업을 시작했고 김정민이 앞 선에 위치하며 균형과 공, 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중원에서 김정민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지난 경기와는 달리 패스 타이밍이 빨라졌고, 후방과 측면만을 향했던 패스가 전방으로 수시로 투입됐다. 따라서 공격 전환 상황에서 발이 빠른 동료들의 장점을 살렸다. 동시에 공격 지역에서도 좀 더 많은 숫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의 거듭된 빠른 전진 패스와 침투 움직임에 일본이 수비 라인을 내렸다. 일본은 처음부터 수비적인 모습을 취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양쪽 윙백을 높게 전진시키며 중원의 숫자를 늘렸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공격 조직을 형성했다. 반면에 한국이 낮게 내려서며 수비 조직을 만들었다. 이때 최전방의 황의조와 측면의 손흥민은 하프라인에 위치하며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보다 공격 전환에 대비했다. 볼을 빼앗아낸 이후에는 주로 손흥민의 솔로 드리블에 의해 역습이 시작됐다. 그때 황의조는 전방에서 상대 뒤 공간으로 침투했고 황희찬은 측면에서 빠르게 서포트했다. 결국 일본은 페널티 박스 근처로 낮게 내려서며 5-3-2의 수비 조직을 형성했다.

이에 일본 지역에서, 한국의 소유 시간이 늘어났다. 동시에 활발한 3자 움직임과 스위칭 플레이가 잘 이루어지면서 일본의 수비 조직을 수시로 넓혀냈다. 지공 상황에서는,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측면 수비를 끌어냈고 황의조가 전방에서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일본의 중앙 수비들을 묶었다. 이때 황인범이 좌, 우측으로 넓게 이동하며 공간을 활용했다. 동시에 양쪽 풀백이 수시로 오버래핑하며 공격에 가담했다. 상황에 따라 중앙 수비수들이 지원하기도 했다. 한국은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 PTA 지역으로 자주 접근할 수 있었다. 그만큼 유효한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는 빈도도 높았다.

한국은 수비들의 공격 가담에도 균형을 잃지 않았다.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측면에서 밸런스를 조절했다. 오버래핑 상황에서도 비대칭으로 전진하며 수비 전환을 대비했다. 그로 인해 미드필더가 높게 전진하여, 공격에 가담할 수 있도록 했다. 양쪽 측면 수비수들이 동시에 전진하는 상황도 있었다. 일본이 후방에서 빌드업 할 때 한국은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이때 측면 수비수인 김문환과 김진야까지 높은 위치로 전진하며 같이 압박했다. 강한 압박에 일본은, 후방에서 한국 수비 조직 뒤 공간을 향해 롱 패스를 자주 시도했다. 이때 조유민, 김민재가 빠른 스피드로 접근하며 1차적인 수비를 잘 해냈다. 동시에 이진현이 빠르게 접근하여 커버했다. 볼이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이 빛을 발했다.

과정도, 결과도 모두 얻어냈다. 대회 도중 전술 변화를 성공시켰고, 팀의 성장도 끌어냈다. 무엇보다 조직적 단단함을 통해 '투혼'을 느낄 수 있었다. 조직력은 절대 혼자서는 만들 수 없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벤치에 대기하는 선수들, 볼을 소유한 선수들과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 코칭스태프까지 모두의 합심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한 명의 노력이 아닌, 전체의 노력이 모였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조직력은 완성에 가까웠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