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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도 인정했던 '흙 속의 진주' 황의조,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험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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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아시안게임 감독이 황의조(26·감바 오사카)를 선택했을 때 '인맥축구' 논란이 번졌다. 그러나 겉만 볼 수밖에 없는 팬들의 단편적 시선일 뿐이었다. 유럽파보다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논리일 뿐이었다.

사실 황의조는 김학범호에 발탁되기 전 올 시즌 일본 J리그에서 수준급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팀 내 가장 많은 골(9골)을 터뜨리고 있었다. 팀 전력이 떨어지다 보니 성적은 하위권에 처져있지만 개인 성적 면에선 뒤처지지 않았다.

'라이언 킹' 이동국(39·전북)도 황의조 영입을 바라던 때가 있었다. 전북 관계자는 "3년 전 즈음으로 기억한다. 이동국이 황의조 같은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스트라이커가 봤을 때 황의조는 가진 게 많은 선수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던 황의조였던 셈.

무엇보다 어느 감독을 막론하고 사령탑들은 '자신의 축구를 잘 아는', '자신이 잘 아는' 선수를 발탁하고 중용하기 마련이다. 김 감독은 자신이 3년(2014~2016년)간 지도했던 황의조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한국 축구의 정통 9번 공격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했다. 그래도 여론은 대회 직전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의심'은 한 경기만에 '믿음'으로 변했다. 황의조는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59분만 뛰고도 해트트릭을 쏘아 올리며 6대0 대승을 이끌었다. 이후 '황의조 슛=득점'이란 공식까지 생겨났다.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리던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터뜨린 해트트릭에서 그의 진가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황의조는 역대 남자대표팀 최초로 한 대회 두 차례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일 일본과의 결승전에선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그러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118분간 최전방에서 미드필더와 같은 활동량을 보이며 강한 압박으로 일본 수비수들을 당황케 만들었다. 전반 후반부터 체력이 뚝 떨어진 모습이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73분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동안 음지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양지로 나왔다. 축구를 하면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다만 환희를 즐기는 건 잠시 미뤄둬야 할 것 같다. 진정한 시험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황의조는 파울루 벤투 신임 A대표팀 감독이 주목한 스트라이커다. 9월 A매치에 발탁됐다. 지난해 10월 유럽 원정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것이다. 황의조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아시안게임은 사실 수준이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23세 이하 선수들로 나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를 활용한 국가도 한국과 베트남 뿐이다. 대부분의 팀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21세 이하 대표팀을 참가시켰다. 물론 어느 대회이건 골을 넣는 것은 쉽지 않다. 황의조가 아시안게임에서 넣은 9골은 대기록이다. 그러나 황의조는 더 수준 높은 무대, 수준 높은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자신이 아시아무대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축구는 7일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 11일 남미 강호 칠레와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우려보다 기대감이 더 커진 것이 현실이다. 벤투 감독은 금메달을 획득한 아시안게임 멤버를 이미 8명이나 포함시켰다. 그 중 아시안게임 최고의 파트너였던 동갑내기 손흥민(26·토트넘)과 계속해서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A대표팀이 손흥민의 팀이었다면 황의조는 손흥민에게 쏠린 부담감과 견제를 덜어내 줄 수 있는 기량이 충분하다.

황의조, 흙 속의 진주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한국 축구는 진정한 9번 공격수를 얻게 됐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